[국민의 정부 1년] (하) '논란 빚는 DJ 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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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DJ노믹스를 내걸고
출범한지 1년.
그동안 DJ노믹스에 대한 도전도 많았고 곳곳에서 갈등도 빚어졌다.
정리해고 대기업빅딜 은행장인사 등 주요 현안의 고비마다 정부가 개입
함으로써 "무엇이 시장경제냐"는 논란이 일었다.
노동계에선 DJ노믹스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해를 우선하는 신자유주의에
가깝다고 비판하지만 기업쪽에선 오히려 반대시각이 우세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DJ노믹스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DJ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본질"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틀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하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국민의 정부가 기도하는 경제정책의 기본노선에 대해 보다 확실히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정책의 기본 노선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기업 노동조합 등 각 경제주체들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힘을 결집하는데 원초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 대한 도전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에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7월16일 2천6백7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 대기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추진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발해 전면파업을 선언하자 정부와 여당이
중재에 나서 정리해고 인원을 2백77명으로 줄였다.
대기업의 첫 정리해고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당초 기업의 의지대로 정리해고를 결행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가 근로자의 일자리보전이라는 사회정책적인 측면과 시장경제의 원리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막판에 근로자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수 있다.
이로인해 기업쪽에서 보면 DJ노믹스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유럽식의 관계자 자본주의에(stakeholder capitalism) 가깝다고 풀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 자체를 문제삼는 노동계쪽에선 DJ노믹스란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DJ노믹스에 대한 결정적인 의문은 대기업의 사업맞교환(빅딜) 정책에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월13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5대 그룹 대표와 대기업
구조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뒤 구체적인 실천은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대통령은 5월초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가시화하기 위한 협조가 상당히
과감한 내용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빅딜이 논의만 무성한채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김 대통령은 "자기들이 (빅딜을) 하려고 도장까지 찍고 안하겠다며 약속을
뒤집는 것도 시장경제냐"(6월16일 국무회의) "5대그룹이 눈에 띄게 경제
회생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6월17일 경제6단체장오찬)라며 대기업
에 불만을 터트렸다.
7월1일 방한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장관마저 "5대그룹의 신속한 개혁이
중요하다"며 거들었다.
대통령의 의도를 감잡은 경제부처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정재계간담회를
열어 빅딜을 독촉하는 등 개입의 강도를 계속 높였다.
중복과잉투자업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빅딜에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않는
회사는 제재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이에대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시장경제원칙을 무너뜨린 것으로 과거
정부주도의 산업합리화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채권자인 은행과 채무자인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정부는 금융감독
과 공정거래차원에서 감시하는 역할에 그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은 이를 의식한듯 "정부가 속도와 강도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어느 기업에 어떻게 하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중복투자업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은행을 통해 구조조정
의 세부계획에 간섭하는 등 깊숙히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빅딜보다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은 것은 은행장 인사가 계속 정부와 정치권
의 입김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한미은행장 선출과정에서는 호남쪽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은행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압도
했다.
뿐만아니라 홍세표 외환은행장과 나응찬 신한은행장의 퇴진에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들은 주주들의 반대나 큰 실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대고 자리를 물러났다.
금융계 일각에는 정부의 과거청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국민의 정부에서도 은행장 인사가 과거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의 물밑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느 지역 인맥이 부상하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금융계에 떠도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결과적으로 DJ노믹스가 내걸었던 관치금융청산은 "구두선"으로 끝난 느낌
이고 "신관치금융"시대가 도래했다는 비아양도 들린다.
물론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개입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시장경제원칙을 강조했던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구조조정과
관련,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은행의 체질상 절대로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기는 불가능했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제의 부실정도가 너무 심각한 탓"
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1년전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취임하면서
DJ노믹스를 제창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간 DJ노믹스의 기조는 상당부분 훼손되고 혼선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꼬일대로 꼬인 경제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고뇌가 그만큼
컷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
출범한지 1년.
그동안 DJ노믹스에 대한 도전도 많았고 곳곳에서 갈등도 빚어졌다.
정리해고 대기업빅딜 은행장인사 등 주요 현안의 고비마다 정부가 개입
함으로써 "무엇이 시장경제냐"는 논란이 일었다.
노동계에선 DJ노믹스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해를 우선하는 신자유주의에
가깝다고 비판하지만 기업쪽에선 오히려 반대시각이 우세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DJ노믹스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DJ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본질"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틀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하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국민의 정부가 기도하는 경제정책의 기본노선에 대해 보다 확실히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정책의 기본 노선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기업 노동조합 등 각 경제주체들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힘을 결집하는데 원초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 대한 도전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에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7월16일 2천6백7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 대기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추진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발해 전면파업을 선언하자 정부와 여당이
중재에 나서 정리해고 인원을 2백77명으로 줄였다.
대기업의 첫 정리해고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당초 기업의 의지대로 정리해고를 결행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가 근로자의 일자리보전이라는 사회정책적인 측면과 시장경제의 원리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막판에 근로자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수 있다.
이로인해 기업쪽에서 보면 DJ노믹스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유럽식의 관계자 자본주의에(stakeholder capitalism) 가깝다고 풀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 자체를 문제삼는 노동계쪽에선 DJ노믹스란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DJ노믹스에 대한 결정적인 의문은 대기업의 사업맞교환(빅딜) 정책에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월13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5대 그룹 대표와 대기업
구조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뒤 구체적인 실천은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대통령은 5월초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가시화하기 위한 협조가 상당히
과감한 내용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빅딜이 논의만 무성한채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김 대통령은 "자기들이 (빅딜을) 하려고 도장까지 찍고 안하겠다며 약속을
뒤집는 것도 시장경제냐"(6월16일 국무회의) "5대그룹이 눈에 띄게 경제
회생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6월17일 경제6단체장오찬)라며 대기업
에 불만을 터트렸다.
7월1일 방한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장관마저 "5대그룹의 신속한 개혁이
중요하다"며 거들었다.
대통령의 의도를 감잡은 경제부처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정재계간담회를
열어 빅딜을 독촉하는 등 개입의 강도를 계속 높였다.
중복과잉투자업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빅딜에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않는
회사는 제재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이에대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시장경제원칙을 무너뜨린 것으로 과거
정부주도의 산업합리화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채권자인 은행과 채무자인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정부는 금융감독
과 공정거래차원에서 감시하는 역할에 그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은 이를 의식한듯 "정부가 속도와 강도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어느 기업에 어떻게 하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중복투자업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은행을 통해 구조조정
의 세부계획에 간섭하는 등 깊숙히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빅딜보다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은 것은 은행장 인사가 계속 정부와 정치권
의 입김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한미은행장 선출과정에서는 호남쪽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은행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압도
했다.
뿐만아니라 홍세표 외환은행장과 나응찬 신한은행장의 퇴진에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들은 주주들의 반대나 큰 실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대고 자리를 물러났다.
금융계 일각에는 정부의 과거청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국민의 정부에서도 은행장 인사가 과거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의 물밑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느 지역 인맥이 부상하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금융계에 떠도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결과적으로 DJ노믹스가 내걸었던 관치금융청산은 "구두선"으로 끝난 느낌
이고 "신관치금융"시대가 도래했다는 비아양도 들린다.
물론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개입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시장경제원칙을 강조했던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구조조정과
관련,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은행의 체질상 절대로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기는 불가능했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제의 부실정도가 너무 심각한 탓"
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1년전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취임하면서
DJ노믹스를 제창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간 DJ노믹스의 기조는 상당부분 훼손되고 혼선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꼬일대로 꼬인 경제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고뇌가 그만큼
컷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