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선 < OECD 대표부 일등서기관 jeonghs@club-internet.fr >

10여 년 후면 선진 각국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층으로 진입한다.

노인인구의 비중은 크게 늘고 사회의 부양률(활동연령인구에 대한 아동 및
노인의 비율)은 2010년대 중반부터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지금은 OECD 국가에서 아동이나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한 활동연령인구가
4명이지만 2020 년경에는 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부양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금의 예만 보아도 부과방식(pay-as-you-go)을 가진 상당수 서구국가
에서는 향후 부담해야 할 연금부채가 가히 천문학적 수치에 이르고 있어
후세대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인구고령화라는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주제는 OECD 각종
논의의 단골 메뉴다.

선진국이 직면한 문제점의 상당부분이 그들 사회의 기저에 흐르는
인구고령화라는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OECD는 인구고령화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적 대응방안을 "활동적
고령화(Active Ageing)"라는 용어로 함축해 제시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긴 사회일수록 노인도 가능한 한 일하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학습과 노동의 유연성을 통해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와 여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활동적 고령화"의
요지다.

OECD 분석에 의하면 서구의 선진국가에서 노인의 노동참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노인의 신체적 제약보다는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인위적인 인센티브에
기인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기퇴직이 유리하게 각종 여건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금수급 연령이 되기 전에 퇴직해도 연금을 준다든지, 장애 판정을 할 때
의학적 기준 외에 연령조건을 가미해서 고령근로자가 조기퇴직하고 장애
수당을 받기 쉽게 하는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활동적 고령화"를 위해서는 조기 퇴직을 위한 이같은 각종 인센티브를
줄여 가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의 상대적인 저학력 내지 미숙련성 역시 OECD의 분석에서 제시된
조기퇴직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일자리 부족 문제보다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고령 사회에서는 굳이
60세라든가 65세라든가 하는 물리적인 연령이 퇴직연령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각 연령층이 노동 공급원으로서의 적절한 자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고령근로자가 탄력성 있는 노동공급원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평생학습과
재교육훈련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고령근로자는 구조조정의 최우선 대상이 돼
있다.

고령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명퇴, 공무원에 이은 교원 정년의 하향 조정이
그것이다.

고령근로자가 수난의 대상이 돼 있는 것은 서구국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원인에 있어서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이들에게서 조기퇴직의 원인으로 지적된 각종 제도적 인센티브는 현재의
노동인력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적 요구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향후 인구고령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돼 젊은이가 맡아서 하던 일을
고령자라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각종 조기퇴직 인센티브는 더 이상
존재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의 관행으로 굳어 있는 연공서열식
임금구조다.

고령근로자에 유리할 듯한 이 관행이 오히려 고령근로자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활동적 고령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교원정년 감축 때 제시된 논리가 고령자 교원 1 명을 줄임으로써 신규
교원 2-3명의 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고령근로자의 퇴출을 강제하고 있다고는 해도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서 마저 계속 나이가 근로능력의 결정적 판단척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위해 우선 일의 대가가 근속연수보다는 업무 내용과 생산성에 따라
주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고령근로자의 적응능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의 문제가 함께
풀어져야 "활동적 고령화"가 보다 실효성 있게 이루질 수 있을 것이다.

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인력개발, 고령자의 취업활동과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한 공공정보제공 등에 사회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는 OECD 선진
각국의 작금의 모습은 참고가 된다.

"활동적 고령화"는 우리에게도 사고와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며 새로운
비젼으로 다가오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