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손숙씨가 한편의 연극작품에 20년간 주연으로 고정출연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오는 27일부터 4월25일까지 정동극장 무대에 올려질 연극 "손숙의 어머니".

그는 20년 뒤인 오는 2018년까지 매년 2월~4월 정동극장에서 상설공연될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아 "제2의 연극인생"을 다진다.

20년간 매년 같은 기간에 한 작품이 공연되는 것이나 같은 연극인이
고정출연하는 것도 국내 공연예술계에선 처음있는 일이다.

손숙씨의 나이는 올해 55세로 이 공연이 완결될 때의 나이는 74세가 된다.

"영원한 현역"이기를 고집하는 그의 예술혼이 극전개와 국내공연예술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손숙의 어머니"(이윤택 작.연출)는 우리시대 어머니의 얘기다.

생명의 원형질이며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인 모성.

이를 일제시대와 6.25를 거쳐 보리고개와 산업사회로 이어지는 험란한
현대사의 흐름속에서 굽히지 않고 가족을 지켜온 우리들의 어머니를 통해
그린다.

극은 어머니가 꿈속에서 죽은 지아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첫사랑 양산복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난한 아버지 돌이
에게 시집온다.

순천기생이었던 시어머니와의 갈등, 일제통치와 6.25의 고난속에서 굳건히
가정을 지키며 남매를 키운다.

그러나 아들을 학질로 잃는 아픔을 겪는다.

어머니는 그 아들이 첫사랑 양산복이의 아들임을 고백하고 그의 넋을
위로하는 굿을 한다.

늦게서야 손녀에게 자기이름 석자를 쓰는 법을 배운 어머니는 죽은 지아비를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자기이름을 쓴다.

성격파 배우 김학철(아들)을 비롯, 이명주(시어머니) 하용부(지아비) 김경익
(양산복이) 송정화(며느리) 등이 출연한다.

평일(화.금 쉼)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7시30분.

(02)773-8960.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