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이션 직원들은 자기 회사를 가리켜 흔히 "실핏줄과도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몸속 구석구석에서 일하며 생명의 바탕을 이루는 실핏줄처럼 겉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지식과 정보축적의 기반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메이션의 주력제품은 저장매체.

PC용 플로피디스크, 데이터를 읽고 쓸수 있는 CD-RW 드라이브,
플로피디스크보다 80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수 있는 새 매체 슈퍼디스크등
컴퓨터관련 정보저장매체 판매가 총 매출의 80%를 이룬다.

모두 컴퓨터 이용자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다.

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나 이메이션은 저장매체 부문 시장점유율 1~2위를
지키며 전문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기술력있는 전문업체라는 이미지는 새 제품을 내놓을 때 톡톡히 발휘된다.

일례로 이메이션코리아가 지난해 12월 한국시장에 CD-R 드라이브를 처음
내놨을때 보름간 하루 평균 2천개씩 팔렸다.

이 제품은 대개 하루에 5백개도 판매하기 힘든 품목이었다.

DLT(Digital Linear Tape)도 98년10월 시판 두달만에 시장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이렇게 전문성을 인정받게된 동기는 이메이션의 탄생배경에서부터 찾을수
있다.

이 회사는 96년7월 창립됐다.

미국 3M에서 데이터저장매체 인쇄.출판시스템등의 부문이 독립한 것.

이메이션(Imation)은 정보(Information) 이미징(Imaging) 혁신(Innovation)
상상력(Imagination)등의 합성어.

독립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여러 제품이 섞인 대형업체보다 특화된
전문업체가 경쟁력이 더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3M에는 스카치테이프 접착형메모지(포스트잇) 의료용장비등
6만여종이 넘는 제품이 함께 있어 컴퓨터 관련제품만의 특성을 살리기
어려웠다.

분리당시 22억달러 수준이던 이메이션의 매출규모는 1년만인 97년말 20%
가까이 늘어 26억달러가 됐다.

라이프사이클이 1~2년에 불과한 컴퓨터 관련제품과 몇십년동안 팔리는
내구성 소비재는 접근방식부터 달라야한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메이션코리아는 외환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한 업체로 꼽힌다.

97년말 위기의 전조가 보이자마자 앞장서 긴축.관리체제로 들어가 한때
자본금의 4백50%에 달했던 부채를 "0"으로 줄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98년말부터는 오히려 여유로운 환경속에서 공격경영을
시작할수 있었다.

99년에는 98년보다 60% 성장(달러화 기준)한다는 경영목표를 세워놓았다.

이메이션코리아의 이장우 사장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도
도움을 주는 회사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실천노력이 "이메이션 PRS(Press Reporters Society)"다.

자체 홈페이지(www.prs.co.kr)를 통해 서비스되는 이 자료집은 전세계
60곳의 이메이션 지사에서 보내온 방대한 정보통신및 경제관련 자료들로
가득하다.

원래 이메이션 본사가 관리하는 내부 자료였지만 98년5월부터 업체별
비교나 실적이 담긴 민감한 부분을 빼고는 모두 공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9백여명의 업체 연구소 학교 관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직원의 자기계발도 중시, 직원이 사는 책값은 액수에 상관없이 모두
회사경비로 처리한다.

직원수가 31명뿐이지만 한해에 1명씩 선발해 대학원에 다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