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시작되는 12월말 결산상장법인들의 주총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소액주주들의 각종 권한이 크게 강화되고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
들의 의결권행사가 허용된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인데다 외국인들의 투자지분
도 크게 늘어 기업들의 경영권방어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소액주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경영진의 투자
실패를 따지고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소액주주들의 세규합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소액주주들이 목소리
를 높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권리행사는 주어진 법테두리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특히 자본주의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행해
져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기업을 타도의 대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대결국면을 조성하거나 지나치게 여론을 등에 업고 대중운동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최근의 소액주주운동이 지나친
경영간섭은 물론 법률적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참여연대가 이번 주총을 계기로 발표한 5대그룹에 대한 요구사항
을 보면 더욱 그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특정지배주주에 대한 무한책임을
요구한 것이라든가, 경영진및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선임요구
등은 주식회사의 근본을 뒤집는 일이다. 주식지분 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임에도 특정지배주주에 대해 무한책임을 요구하거나
그러면서 이사회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소액주주운동의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인 투자실패의 책임추궁도 이치에
맞지않는다. 물론 결과적인 과잉중복투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사전적
으로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들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투자결정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3월
주총에서 SK텔레콤의 소액주주들이 SK증권 증자참여에 반대해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시 3천원이던 SK증권 주가가 지금은 1만원까지 올랐다.
SK텔레콤은 결과적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런 결과를 과연 정당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소액주주들의 경영감시활동이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에 보탬이
되도록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거나 여론몰이식의
운동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도를 벗어난 소액
주주운동은 자칫 기업활력의 밑바탕을 흔들어놓을 우려가 없지않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