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32)는 겸손한 배우다.

하루 아침에 스타로 떠올랐지만 인기 연예인이 흔히 보이기 쉬운 "뻐기는
모습"을 그에게선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연기력을 솔직히 인정하며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기란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회장 아들, 전문의 등 지금까지 주로 맡아온 배역 탓에 시청자들
에게는 "잘난 사람"이란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런 그가 밑바닥 인생을 연기한다.

오는 5월 방송예정인 MBC 기획드라마 "풍운의 강"(가제)에서 거지왕 김춘삼
역을 맡아 거지로 변신한다.

"풍운의 강"은 거지들의 왕 노릇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춘삼의 삶을
통해 일제시대부터 5.16까지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는 드라마다.

"김춘삼이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긴 하지만 결코 주인공은 아닙니다. 개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사회에서 천대받는 사람들의 눈으로 격동의 지난 시절을
바라보는 드라마라고 이해하시면 될거예요"

그는 "김춘삼을 다룬 책을 여러권 읽어봤다"면서 "그 분도 거지라는 신분이
좋을리 없었겠지만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거지로 남게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생존해있는 인물을 묘사하는 것이라 부담도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 "짱" "닥터K" 등 2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TV 드라마뿐 아니라
앞으로 영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여러곳에서 출연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마음에 드는 배역을 골라 5월쯤
새 영화를 시작게 될 것같다고 소개했다.

그에게 소원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제가 쓴 시나리오가 근사한 영화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2년전부터 시간
나는대로 시나리오를 써오고 있거든요"

그는 지금까지 10여편의 시나리오를 대강 그려놓았고 최근에는 1편을 마무리
했다고 소개했다.

정신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주변 사람들과 몇몇 영화 관계자들
에게만 보여줬다고 했다.

"내용이 좋긴 한데 영화로 만드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것 같다더군요. 대신
올 연말에는 5백만원 정도 들여서 15분짜리 단편영화를 제 손으로 꼭 만들
겁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