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 "바리-잊혀진 자장가"(홍원기 원작,
김효경 연출, 24일까지)는 "효의 정신"을 강조한 바리데기설화를 줄거리로
삼은 창작 뮤지컬이다.

서울예술단을 새로 맡은 신선희 이사장이 8억원을 들여 한국적 음악극의
내용과 형식을 정립하겠다는 취지로 꾸민 야심작이다.

대형 오페라의 맛을 느끼게한 이 작품은 일단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 "꽃잎" "아름다운 시절"에서 실력을 보인 작곡가 원일이 만든 음악은
신선했다.

국악기의 강렬한 타악리듬을 살려 양악과 적절히 조화시킨 그의 음악은
동서양의 전통을 아우르는 새로운 음악어법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엿보이게
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듯 했다.

대부분 고음위주로 처리, 팽팽한 긴장감만을 유발시켰고 극전개에 유연성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했다.

한음이라도 어긋나면 전체가 뒤틀려 무너져 내릴듯 위태로웠다.

오케스트라(지휘 김정택)는 음악에 담긴 에너지를 발산시키는데 치중한
느낌이다.

특히 합창부문은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파뭍혀 노랫말이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클라이맥스의 빈약한 구조는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바리가 생명수와 삼색꽃을 안고 병든 아버지 오구대왕의 왕국에 들어서는
장면과 오구대왕이 다시 생명을 얻는 장면이 밋밋하게 처리됐다.

무대미술은 무난했다.

현대의 회색빛 도시와 설화속의 환상을 적절히 대비시켰다.

비스듬히 세운 이동회전무대는 소용돌이 치는 우주의 중심을 형상화하기에
충분했다.

극을 이끈 것은 무엇보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었다.

바리역의 이선희는 연기력은 떨어졌지만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의 중심을
지켰다.

윤복희(왕후), 유인촌(마별사), 전수경(삼신할미), 유희성(무장승) 등의
연기는 뛰어났다.

평일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3시,6시30분.

523-0984.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