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작년 8월에 터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고 작년7월
6백20억달러에 달했던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불과 반년새 3백57억달러
(11일 현재) 수준으로 격감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위기가 러시아를 때리고 결국 지구반대편 중남미를
강타한 셈이다.

브라질 경제가 위기로 몰린 데는 살인적인 인플레와 극심한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채택된 레알정책도 화근이었다.

80년대 중반 당시 군사정부는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인플레를 구조화시켜
놓았었다.

94년 7월 당시 재무장관이던 카르도수 현 대통령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레알정책"(Real Plan)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기존 통화인 크루제이로가 퇴장하고 새화폐 레알화가 도입됐다.

환율은 달러당 1레알로 고정됐다.

이를 통해 물가가 급속히 안정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94년 2천%에 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5년에는 66%, 96년에는 15%로
안정됐다.

하지만 레알은 또다른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었다.

무리한 고정환율로 경제성장 둔화, 경상수지 악화 등이 초래됐다.

실제로 94년 7월 이후 브라질과 주요 교역대상국간의 물가상승률 차이를
감안하면 레알화는 약 45%나 고평가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고정환율체제 유지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97년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환투기 공격대상으로 떠올랐다.

브라질 사태의 또다른 요인은 막대한 재정적자다.

88년 민정이양과 함께 제정된 현행 헌법은 세수의 일정비율을 지방자치단체
에 할당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정의 경직성을 초래해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원인이 됐다.

95년 대통령에 취임한 카르도수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헌법개정을
추진했으나 지방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의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재정운용의 제약은 또 하나의 문제를 낳았다.

물가와 레알화 가치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는 고금리정책밖에 없었다.

통화긴축이 지속됨에 따라 브라질 경제는 95년 4.1%, 96년 3.0%로
성장이 둔화됐다.

특히 97년말부터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을 막기 위한 긴축정책이
강도높게 시행돼 경기침체를 심화시켰다.

또 94년까지 10여년간 계속된 무역수지 흑자기조도 레알화의 고평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95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됐다.

외국인 투자도 97년 10월말 홍콩증시 폭락 이후 급격히 이탈, 위기가
본격화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자산을 대거 처분, 1주일만에 보베스파 주가지수가
3분의 1이상 폭락했다.

이 와중에 정부는 레알화 방어를 위해 1백억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소모했다.

그러나 작년 8월 터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사태는 가까스로 수습되는듯
했던 브라질 경제에 또다시 치명타를 안겼다.

결국 지난 8일 지방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13일 중앙정부가
환율을 평가절하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게됐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