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LG반도체를 인수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반도체 빅딜이 처음 논의될 당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항들이 합병이
성사되면서 다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합병반도체회사의 숙제는 크게 <>종업원
융화 <>생산공정 통일 <>해외합작선과의 관계 등으로 요약된다.

현대는 우선 LG반도체를 인수하게 되면 현대와 LG종업원들을 융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현대와 LG는 기업 문화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소 추진력을 중시하는 현대 문화에 합리성을 중시하는 LG인들이 어떻게
적응할지, 그리고 현대가 LG인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 주목된다.

또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의 경우 직원들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세용 현대구조조정본부 회장과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이날
주식 양수도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종업원 고용보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최우선적으로 논의한다"는 선에서 의견만 모으고 이를 문서화하지는 않았다.

합병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 어느정도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암시인 셈이다.

현대로서는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반도체 생산공정기술을 통일하는 방안도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현대와 LG반도체는 현재 같은 용량의 D램을 생산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는 주로 자체 개발한 기술을, LG반도체는 일본 히타치의 기술을 활용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1백28메가 D램과 2백56메가 D램을 생산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생산 기술을 먼저 통일해야 한다.

현대는 이와함께 LG반도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일본의 히타치 등 3개사와 관계, 스코틀랜드에서 착공후 공사가 중단된
D램 공장의 공사재개 등도 해결해야 한다.

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이 LG반도체로부터 구매하고 있는 D램은 전체
LG반도체 매출액의 25%에 달한다.

규모가 상당한 만큼 현대로서는 이들 업체와의 거래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현대는 LG와의 합병으로 한국반도체의 국제경쟁력이 급상승하면서
미국 등이 자국 반도체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쟁법 역외조항" 등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는 또 LG가 반도체합병에 의한 시너지효과의 절반을 경영권 프리미엄
으로 계속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LG측과 지분가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협상을 얼마나 매끄럽게 이끌지 주목하고 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