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67)대림엔지니어링 회장이 "위기탈출 패러독스"(명진출판)를 펴냈다.

김회장은 97년 전문경영인 출신 그룹회장이 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

그는 이 책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성찰과 우리 사회의
미래 대응전략을 독특한 화법으로 전달한다.

책 속에는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과 기업을 위한 10가지
성공지침이 담겨있다.

뻔한 공자 말씀이 아니라 정글의 법칙에 적용할 수 있는 난세의 생존전략
이다.

얼핏 보기에는 무모한 것 같지만 곰곰히 씹어보면 깊은 뜻이 느껴지는
법칙들이 많다.

특히 고정관념을 벗고 발상의 전환을 꾀하라는 "뒤집어보기"식 잠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먼저 "사람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상대가 상황변화에 따라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라는 얘기다.

그는 또 "배수진을 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죽기 살기로 싸워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최악의 경우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명선을 준비해두라는 것이다.

"1등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것 저것 하지 말라는 지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단 벌이고 보라-치밀하게 준비한다고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나아가 "자신의 약점을 활용하라" "막히면 기다려라" "사장이 아니라
사장감이 되라"고 조언한다.

그런가 하면 "요행에 의지하라-0.1퍼센트의 가능성을 믿고 몸을 던져라"
"원리원칙을 무시하라-박제된 원칙만 고수할 게 아니라 그 이상을 개척하라"
"일은 적당히 하라-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적당의
기준이다" 등 엉뚱한 듯 하지만 합리적인 현실처방도 제시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