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마다 토요 격주휴무제가 정착되고 있다.

토요일이면 아내들은 "모처럼 남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가져야지"하는
"야무진 꿈"을 꾼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내 20여명의 악당(?)들은 아내들의 소박한
꿈을 무참히 깬다.

"연테니스클럽"(회장 재료연구부 책임연구원 홍순만 박사)이란 조직을
결성한 것이다.

아내여 미안..

연테니스클럽은 회원들간 우정을 돈독히 하고 테니스 경기력 향상을 위해
96년 6월 결성됐다.

그동안 연구기관의 업무 특성상 교류가 적었던 연구직원과 행정직원의
교류는 물론, 친목을 도모하는데 상당히 이바지했다.

가끔 필자를 비롯한 2진 그룹이 실력차로 인해 자칭 몇몇 1진들의 구박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휴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도 어김없이 테니스 가방을 들고
테니스코트로 나온다.

정말 테니스 매니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창립멤버 정근하 책임연구원은 1년 열두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테니스장에
나와 코트의 상태 등을 회원들에게 연락한다.

이때문에 "테니스장 지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년에 봄 가을 두차례 회장배 대회를 열어 그간의 실력을 평가하는 자리를
갖는다.

대회가 끝난후 이루어지는 뒷풀이는 회원 개개인이 감춰 뒀던 또다른 실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관내 동호인 경기 "성북구청장 대회"에 매년 참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대회에서는 박민 박사(재료연구부) 김병직 총무(연구개발실) 등이 우승,
준우승을 몇차례 차지했다.

이들은 아마추어로선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급이다.

테니스가 좋아 휴무 토요일과 달력의 빨강 글자가 있는 날이면 가정을 뒤로
한 채 어김없이 테니스 코트에 모이는 우리클럽에도 요즈음 찬기운이 감돈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출연연구기관도 예외는 아니라 삭풍이 불고 있는 것.

하지만 찬바람을 가르며 운동을 마치고 나서면서 한마디씩 던지는 말중에
고석근 박사(재료연구부 책임연구원)는 "운동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일도
열심히 하니까, 우리는 구조조정 대상은 아닐 걸"이라면서 또 다음주를
기약한다.

이은성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홍보과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