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올 한해 내내 "시간과의 전쟁"을
치렀다.

풀어야 할 매듭은 한없이 많은데 약속한 시일은 시시각각 다가왔다.

그렇게 대기업 개혁의 한가운데서 구조조정 스케줄을 작성하고 실천을
이끌어냈다.

정부를 상대할 땐 기업 입장을 분명히 전해야 했고 기업간 구조조정 협상
에서는 매몰찰 정도로 결단을 재촉하기도 했다.

제한된 시간에 "괜찮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았다.

정부의 거센 압력을 받을 땐 일관된 논리로 맞섰다.

지나치게 명분만 좇다 보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손부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일과성 작업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여곡절끝에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했는데 정부 정책에 대해
재계 나름의 평가를 한다면.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정책은 지난 2월 6일 대통령당선자와 기업인들과의
합의사항인 5대 기업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지난 7일 재계 정부 채권단 3자간 합의한 5대 그룹 구조조정추진 합의문은
이같은 개혁원칙을 충실히 담고 있다.

따라서 재계가 정부의 구조조정정책 취지에 따라 구조조정의 기본틀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은데.

"기업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일정을 앞당기도록 재촉하는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오해를 산 것 같다.

정부가 재계에 일정대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구체적으로 구조조정협상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축소지향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기업 구조조정은 종전의 양와 외형을 중시하는 경영패턴에서 질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체질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과잉.중복부분의 축소와 정리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산업정책적인 차원의 고려없이 관련 기업의 손실분담(Loss-Sharing)
만을 강조하면 실업자가 늘고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재계는 열심히 하는데 정부가 미흡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업은 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해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런데 변화를 꺼린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도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거두는데 7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IBM의 거스너회장은 IBM의 구조조정을 하는데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토로한바
있다.

개인이 집을 사고 파는데도 몇 달이 걸린다.

구조조정을 시작한지 불과 1년도 않되는 시점에서 지나치게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5대그룹까지 1백여개의 기업을 매물로 내놓을 경우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은 있는지.

"기업 값이 지난해 11월수준보다 절반이하로 떨어져 있는게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과 투명성때문에 국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제 값에 팔기 위해선 외자유치전 금융기관의 출자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컨대 부채비율이 5백%인 기업이 부채의 1/5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출자전환받아 부채비율을 2백%로 우선 낮출 수 있게 되면 기업은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동 출자전환분을 상환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의 형태에 변화가 있는 만큼 대기업 정책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부처간의 경쟁적인 대기업규제정책과 공정거래법상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
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30대 그룹중 절반이상이 사실상 해체된 상태이며
5대 그룹의 경우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채권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게
되어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진출도 크게 늘어난 마당에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규제와
같은 국내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는 무의미하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