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 3편이
나란히 주말 상영된다.

세 편 모두 어른들의 격정적 사랑얘기가 아니라 애틋하고 깜찍한 로맨스물
이란게 특징.

밝고 코믹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건강하다.

신인감독들의 데뷔작, 아름다운 영상미, 흐뭇한 해피엔딩 등도 공통점이다.

"미술관옆 동물원"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장편극영화에 도전하는 이정향
감독의 작품.

지난해 청룡영화제 수상작인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스크린으로 옮겼다.

선머슴같지만 사랑에는 숙맥이며 가슴여린 춘희(심은하).

능글맞고 사랑에 능숙하지만 때로는 자상한 구석도 있는 철수(이성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사람이 우연히 한방을 쓰게 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영화는 두사람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깊이와 진지함을 얻는다.

동물원 수의사(안성기)와 미술관 안내원(송선미)을 등장시킨 "영화속 영화"
를 통해 사랑의 모습과 의미를 그려나간다.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서로 다른 사랑을 찾아헤매던 주인공들은 헤어지게
돼서야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다층적 이야기 구성에 그림을 활용하는 등 신인감독다운 의욕과 여성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스며있는 영화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은 단편영화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장동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초등학교때의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성탄절이면 교정에 트리를 세우던 소녀가
마침내 소원을 이룬다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눈 별 바이올린 천사 등 감성적인 소재에 맑고 아름다운 사랑
으로 옷을 입혔다.

약간의 코맹맹이 소리가 매력적인 김현주가 유치원 선생님 송희역을 맡았다.

소꼽친구 수안은 TV드라마 "보고 또 보고"로 인기를 얻은 박용하가
연기했다.

12년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미국으로 이민갔던 수안은 어느날
애인을 데리고 귀국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팔라는 수안의 요구에 송희는 7일간의
계약데이트를 제안한다.

두사람은 짧은 기간이지만 추억을 되살리며 동심으로 되돌아간다.

두사람의 학교동창으로 나오는 권오중과 김지영, 꼬마천사 참나역의 김민상
등 조연들의 연기도 빛나는 영화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영화사 명필름의 바깥주인인 이은 감독의 데뷔작.

야구감독과 톱탈랜트의 사랑이야기다.

야구심판 지망생인 범수(임창정)는 의경으로 근무하던중 여대생 현주
(고소영)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두사람은 서로의 꿈을 위해 헤어진다.

마침내 심판이 된 범수앞에 어느날 톱탈랜트가 된 현주가 시구를 하기위해
나타난다.

범수는 소중히 간직했던 사랑을 되살리지만 현주는 청년재벌의 끈질긴
구애에 흔들린다.

그러나 프로야구 개막식날에 두사람은 수많은 관중앞에서 키스를 하며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미술관옆.."이 고등학생 이상을 겨냥했다면 "크리스마스.."와 "해가.."는
10대, 그중에서도 중학생 정도 로틴(Low-Teen)의 취향에 맞는 영화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