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돋보이게 했다.

우수한 기술력이나 마케팅력을 가진 회사들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쟁기업의 도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기술력과 마케팅력은 독립적으로 매출에 기여하지만 서로 보완될 때가 많다.

아무리 좋은 신제품이라도 소비자의 마음에 들도록 "포장"되지 않거나 출시
시기가 적절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품질이 경쟁사에 뒤지는 신제품은 아무리 마케팅력이 좋아도 판매에
한계가 있다.

물론 시장이 확보됐을 경우에는 기술이 바로 매출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 반도체불황을 극복했다.

삼성은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약 8천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회사전체 이익(3천20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처럼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D램을 남보다 앞서 개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

올해 주력상품이었던 64메가D램은 삼성이 지난 92년 8월 세계 처음 개발한
제품이다.

삼성은 이후 양산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다른 회사들보다 6개월이상 먼저
제품을 출시했다.

초기 시장에서 높은 마진을 붙여 투자비를 회수하는 한편 대량생산체제를
구축, 제조원가를 낮춰 가격하락을 극복할 수 있었다.

대덕전자와 대덕산업은 회로기판분야의 앞선 기술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전자제품의 소형화추세에따라 제품내에 들어가는 회로기판도
소형화될 것으로 보고 일찍이 투자에 나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있다.

컴퓨터 통신등 산업용을 만들고있는 대덕전자는 상반기중 1천1백24억원의
매출에 1백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순이익률이 15.8%에 달했다.

가전제품용 기판을 만드는 대덕산업도 마찬가지로 상반기중 7백20억원의
매출에 1백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제약업체중에는 종근당이 의약원료분야에 대한 투자 결실을 보고있다.

올들어 국내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환율상승으로 원료수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 회사는 원료를 직접 제조한 덕분에 오히려 원료수출을 늘려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11월말 현재 추정한 올해 매출은 지난해(1천9백96억원)보다 50%정도 늘어난
2천9백40억원, 순이익은 지난해(26억4천만원)보다 두배 많은 60억원이다.

기술력보다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한 회사로는 제일제당을 들 수 있다.

제일제당이 최근 히트시키고 있는 조루증 치료제 SS크림은 마케팅력의
중요성을 엿보게한다.

올해초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남성 사회에서 선풍을 일으킨 직후
출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성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터부시해오던 유교적 사회분위기에서 "비아그라"
붐에 맞춰 조루증치료제를 개발 출시, 엄청난 잠재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제일제당은 이 제품의 판매증가등으로 올해 2조4천억원의 매출에 창사이래
가장 많은 6백5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컨설턴트 양성에 적극 나섰던 삼성SDS, 인터넷 광고마케팅시장을
개척한 골드커뮤니케이션 등도 마케팅으로 IMF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기술력과 마케팅력은 이처럼 불황기에 기업 경쟁력 척도로 작용한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모두 대규모 연구개발과 고도의 마케팅력으로 경기에
관계없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IBM 등은 매출액증가율이
10%이상이며 이익률도 20%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특히 부품회사들의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라타, TDK, 교세라, 롬(Rohm) 등 전자부품 회사들은 몇개의 세계 부품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30%가까운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삼성전기 이형도 사장)

지난해 우리기업들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력
이다.

일부 기업들이 기술력 마케팅력으로 불황을 극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IMF한파에 시달리고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발간한 98년 산업기술백서에서도
나타난다.

백서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 등 주력수출품의 기술수준은 아직까지 선진국의
70%선에 불과하다.

또 전체 수출품의 25%정도가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기술한계를 체험하고
있으며 이로인한 수출감소효과가 2백5억달러로 총수출의 15%에 달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양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해 하이테크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들어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으면서도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성공후 독점이윤을 보장해주는 하이테크시대의 연구
개발추세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백서는 이에따라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기위해서는 연구개발을
경영전략과 연계시키는 등 하이테크시대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