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마, 나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걸"(성진우 포기하지 마)

IMF관리체제로 접어든 이후 상장사들이 마련한 생존전략은 이런 유행가
가사로 대변될만 하다.

상장사들은 무엇보다 높은 부채비율을 낮춰야 했다.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급선무였다.

고금리에 따른 막대한 금융비용부담은 허리를 휘게 했다.

새로 돈을 꾸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유상증자 등 증시를 이용한 직접금융조달도 주가폭락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합병 해산 분사 등 평소엔 생각도 못하던 구조조정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상반기말 현재 12월결산 상장사(은행제외)들의 평균부채비율은
3백49.74%였다.

30대 그룹은 무려 4백10.60%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눈에 쌍심지를 켜야 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제살도 과감히 베어내야 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상장사들은 영업양도 지분처분 고정자산처분 등 온갖 고육책을 내놓았다.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지난해 11월21일이후 1년간 상장사들은 이런 방법으로
모두 11조6천2백44억원을 마련했다.

건수로는 1백82건에 달했다.

이중 사업부문(영업양도)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이 7조4천7백5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지분을 매각한 자금은 3조2천6백70억원,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처분한
자금은 8천8백69억원에 이르렀다.

5대 그룹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의 계열상장사들도 같은 방법으로 모두 2조9천7백
24억원을 확보했다.

지분처분이 1조5천5백69억원, 영업양도 1조2천6백39억원, 고정자산처분이
1천5백21억원이다.

물론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굳이 이런 고육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몸뚱아리를 잘라내 팔지 않더라도 해외증권발행이나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으로도 가능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신인도가 추락한데다 증시는 증시대로 침체돼 해외차입
이나 유상증자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신세였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16조5천9백90억원.

주가 사정이 그래도 나은 상장사들이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기존 주주들의 증자 참여가 부진할 경우에는 3자 배정방식으로 계열사 등에
떠안겼다.

채권시장에서는 5대그룹이 회사채를 43조4천억원어치나 발행, 자금을 싹쓸이
해갔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규모의 상장사들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웠다.

해외주식예탁증서(DR)나 해외채권 발행여건은 더욱 열악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나 S&P가 판정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등급이니 외국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당연지사.

이 기간동안 해외한국물 발행건수는 총 35건 3조6천3백84억원에 그쳤다.

토지 건물 기계 등 고정자산이라도 많은 상장사는 그마나 다행이었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3백4개사.

이중 이미 자산재평가차액이 결정됐거나 이를 관할세무서에 신고한 상장사는
2백19개사다.

재평가금액은 56조2천3백95억원이며 재평가차액은 22조4천5백31억원에
달했다.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나 시너지 효과를 노려 계열사끼리 합병한 경우는
86건이나 됐다.

관계회사를 흡수합병키로 하거나 합병한 건수는 IMF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13건이 늘어난 40건에 달했다.

관계사를 해산한 경우는 35건으로 27건이 증가했다.

상장사들의 생존을 위한 이같은 발버둥은 IMF관리체제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