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체제 1년은 기업들의 경영방식과 관행,기업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30대그룹의 절반이 화의와 법정관리, 워크아웃등으로 사실상 그룹체제가
해체됐다.

이같은 회오리바람속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몸집을 줄이지 않고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모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말했다.

허약체질을 건강체질로 바꾸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고장난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 급하다는 설명이다.

돈되는 사업을 팔아 주력업종을 키우는 것은 살아남고 난 다음에 생각할
과제다.

모두 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몇명을 희생시켜야 하는 ''난파선에서의
생존법''인 셈이다.

어렵게 살아남은 기업들은 외자유치와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알짜 사업도 팔아
치우고 있다.

''정글''을 헤쳐나오며 힘이 세진 기업들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 상처가
너무 깊어 지쳐있는 상태다.

<> 몸집줄이기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몸집줄이기다.

"선단식경영"은 이제 빛이 바랬다.

재계 16위의 효성은 20개 계열사중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등 주력 4개사를 합쳐 효성 하나로 묶었다.

고합과 동아도 15~20개인 계열사를 주력사 하나로 통폐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재계 순위 7위인 쌍용은 제지와 자동차, 증권을 매각한데 이어 알짜배기인
정유도 매물로 내놓았다.

8위인 한화그룹은 주력기업인 한화에너지마저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OB맥주 두산상사 전자 정보통신 백화 기계 개발 경월 등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현대와 삼성 등 5대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부터 반도체와 철도차량 항공기 등 7개 업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두 17개 계열사가 포함돼 있다.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서에서 계열분리 합병 매각 퇴출
등을 통해 계열사를 40~50%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 외자유치 =기업들은 외국업체에 자산을 매각, 달러를 들여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외국사와 합작을 모색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주)대상은 핵심사업인 라이신사업을 6억달러에 외국업체에 팔았다.

한화는 독일FAG사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형식으로 한화바스프우레탄과
한화기계의 베어링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한솔제지는 외국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외자를
유치했다.

한라그룹의 경우 미 로스차일드사를 통해 브리지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외국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전자는 95년 미 AT&T계열 GIS사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미 현지법인 심비오스를 지난6월말 7억6천만달러에 팔았다.

5대 그룹도 최근 속속 외자유치 결실을 맺고 있다.

LG화학이 카본블랙사업을 독일의 데구사에 1억7천만달러에 매각했고 삼성과
현대는 대산석유화학 단지 통합법인에 일본 미쓰이물산으로부터 15억달러를
도입키로 했다.

철도차량 항공기 정유 등 3개업종 단일법인도 연말까지 8억달러를 유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5대그룹이 들여오는 외자는 연말까지 모두 80억~1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분사, 아웃소싱 = MBO(경영자 매수),EBO(종업원 매수)등을 통한 분사와
아웃소싱(외부조달)등도 확산되고 있다.

5대그룹에서만 70개사가 분사했다.

삼성은 올들어 전자의 애프터서비스부문 총무부문 식당 차량운수 물류부문
등을 독립시키는 등 10개 계열사에서 51개 사업부문을 독립시켰다.

LG전자는 총무부문을 분사, 해당업무를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현대전자는 PC및 노트북 컴퓨터부문, 홈오토메이션 사업, 통신사업 및
액정표시장치(LCD)사업을 분사했다.

대우전자는 디지털피아노 사업부를 벨로체란 별도법인으로, 애프터서비스
부문은 대우전자서비스(주)로 각각 떼어냈다.

<> 책임경영, 인사파괴 =임직원 인사에서 연공서열제를 버리고 철저한
능력위주의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효성은 사업부(PU)에 생산 관리 인사 등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사업부
책임경영제를 도입하면서 섬유부문(PG)의 핵심PU인 원사 PU사장으로 C상무를
전격기용했다.

새한그룹도 컴퍼니제를 도입하면서 25명의 컴퍼니장중 금형컴퍼니,
성형컴퍼니 등 새한미디어 충주공장내 일부 컴퍼니장을 차장급에서 발탁했다.

<> 투명경영체제 확립 =소액 투자자들이 대주주에 대해 경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사외이사제도 등 대주주의 독단을 막고 투명경영을
펼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우는 소액주주 권익증진 차원서 공시제도를 개선,지난 9월부터
각 상장사별로 전자공시제도를 도입중이다.

LG그룹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에 따른 문제들을 이사회 중심의
운영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SK는 참여연대나 SK텔레콤에 투자한 미국의 타이거 펀드 등과 협상을
벌이면서 소수주주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그룹 경영방침을
바꿨다.

<> 화의, 법정관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30대그룹중 자산순위 10위인
동아그룹에 이어 고합과 아남 신호 거평 강원산업 등 6개 그룹이 워크아웃
과정에 들어가 있다.

또 자금난으로 쓰러진 진로와 해태 그리고 뉴코아그룹은 화의가 진행중이고
한라그룹 역시 법정관리나 화의상태인 주력계열사들 지분을 외국투자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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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그룹 구조조정 현황 ]

1.현대 :일부 계열사 통폐합, 빅딜추진

2.삼성 :일부 계열사 통폐합, 빅딜추진
* 계열사별 독자경영 선언

3.LG :일부 계열사 통폐합, 빅딜추진
* 수익성 위주 경영 선언

4.대우 :빅딜 추진중
* 12월중 구조조정 계획 발표

5.SK :일부 계열사 통폐합

6.쌍용 :워크아웃 및 대대적인 구조조정
* 20개 계열사를 7개로 재편

7.한진 :빅딜 일부 참여

8.기아 :법정관리
* 현대가 인수키로

9.한화 :협조융자 및 대대적인 구조조정
* 계열사 대폭 축소

10.롯데 :자체 구조조정

11.금호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12.한라 :법정관리 또는 화의
* 국외매각 추진중

13.동아 :워크아웃 및 협조융자
* 그룹해체

14.두산 :대대적인 구조조정
* 계열사 대폭 축소

15.대림 :대대적인 구조조정

16.한솔 :대대적인 구조조정
* 주력사 지분 매각

17.효성 :대대적인 구조조정
* 주력사로 대통합

18.동국제강 :자체 구조조정

19.진로 :화의 또는 법정관리
* 그룹해체

20.코오롱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21.고합 :워크아웃 및 협조융자
* 그룹해체 위기

22.동부 :자체 구조조정

23.동양 :자체 구조조정

24.해태 :협조융자(부도상태)
* 그룹해체

25.뉴코아 :법정관리
* 그룹해체

26.아남 :워크아웃

27.한일 :법정관리
* 그룹해체

28.거평 :워크아웃
* 그룹해체

29.대상 :대대적인 구조조정
* 주력사 위주 재편

30.신호 :워크아웃
* 그룹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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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4월기준 30대그룹 기아 한일은 98년에 탈락, 강원산업(29위)과
새한(30위)이 새로 편입되고 강원산업은 워크아웃 신청.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