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주식과 부동산 값이 폭락하는 디플레 현상속에 경기가 곤두박질쳐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금리는 IMF체제 이전의 두배까지 뛰기도 했고 한때 1,000포인트를 넘었던
주가는 280선까지 빠졌었다.

우선 경제 전체의 모습을 가장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8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년중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6%로 떨어질 것이라는게 정부의 전망이다.

이는 지난 80년 오일쇼크와 정치혼란으로 마이너스 2.7% 성장을 보인뒤
처음으로 GDP가 감소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1만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91년 수준인 6천5백달러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공장의 3분의 1이 돌아가지 않고 생산 소비가 꽁꽁 얼어붙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내수침체로 수입이 크게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불어나 위안이
되긴 한다.

하지만 올들어 40% 가까이 감소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걱정이다.

주가는 IMF 구제금융이후 날개없는 추락을 지속하다가 지난 9월 금융구조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서서히 회복세를 타고 있다.

금리도 회사채수익률이 작년말 연 24%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한자릿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선 기업대출도 다소 늘어나면서 IMF체제이후 금융시장의 최대
난제였던 신용경색현상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외환시장은 큰 고비를 넘기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외환위기 당시 달러당 2천원대까지 육박했다.

그러나 올들어 하향세를 지속해 달러당 1천2백원대까지 내려갔다.

IMF체제 이전 수준엔 못미치고 있지만 원화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작년말 거의 바닥을 드러냈던 가용 외환보유액은 사상최대 규모로 쌓였다.

IMF 등 국제기구로부터의 구제금융 덕이 크지만 지난 11월 가용 외환보유액
은 4백6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젠 5백억달러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한국경제는 지난 1년동안 "용궁에 갔다 왔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폭발직전의 위기상황을 지나왔다는 얘기다.

용케 파국을 면하고 한국경제는 이제 분명히 회복쪽으로 방향을 틀어
잡기는 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게
중론이다.

얼마나 빨리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느냐는 이제 IMF가 아니라 우리 손에
달렸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