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를 비롯한 경제부처의 압박이 심해지자 5대그룹은 앞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나빠지게 됐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경영을 강제적으로 조정해 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부작용만
나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재계가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경제부처가 앞다퉈 구조조정 압박책을 마련
하고 있는 것이 "대기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해서라고 보고 있기 때문
이다.

모그룹 관계자는 17일 "재경부나 금감위는 5대그룹이 자금사정이 좋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회사채
발행 제한 등 인위적으로 바꾸려할 경우 자금시장 왜곡 현상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의 경우도 똑 같은 눈으로 5대그룹을 주시하고 있다"며 "해당
기업의 영업을 마비시키는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수시체제로 바꾼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지적했다.

5대그룹이 크게 잘못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멀쩡하기" 때문에 손을
봐주겠다는 식으로 경제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는게 재계의 피해의식인
셈이다.

물론 5대그룹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더뎌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기본 시각이 잘못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에 있어서는 정부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간 경쟁과 기업의 자구노력을 통해 촉진될 수 있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모 업체 사장은 "정부가 1년 가까이 기업들을 압박해서 얻은 것은 기업매물
가격의 하락 뿐"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각 경제부처가 경쟁적으로 대기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을 압박하자
투자를 검토하던 외국인들이 발을 뺐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은 부작용만 낳고 효과가
떨어진다"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잘되고 있는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 허용키로 했던 기업분할제도의 경우 법적 미비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을 재촉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치우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