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7개국(G7)이 공동성명을 통해 단기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실제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투기적 단기자본이동을 규제할지는 더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헤지펀드 등의
해악을 G7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않다.

태국 바트화 폭락, 홍콩 주가폭락으로 점화된 작년 아시아 통화위기가
헤지펀드 등 미국계 단기 투기자금에 상당한 원인이 있었다는 것은 이제
지배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헤지펀드 등의 행태에 대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등의 비난에 대해 미국은 얼마전까지도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G7성명이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따지고
보면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경영파탄에 따라 어느 나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도 실질적인 규제를 받지않는 거대한 투기자금의 폭발적인
위험성이 표면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4천억~7천억달러에 달한다는 악성 투기
자금이 먹이를 찾아 제멋대로 활보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른바 펀더멘털
에 관계없이 어느 나라 통화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안정은 불가능하다. 달러도
결코 예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IMF체제와 헤지펀드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각국 통화가치에 언제든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 단기투기자본은
우리에게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G7의 성명은 헤지펀드 등을 어떻게 규제해나갈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있다. 이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G7내에서도 시각차가 없지않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유럽에 비해 미국은 아직도 자금이동규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미국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한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헤지펀드에 대한 은행들의 융자 및 출자현황 등을 금융감독당국이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이 정도의 규제라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G7성명에 포함된 새로운 IMF신용융자의 첫 수혜국은 브라질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뒷마당이라고 할 남미국가 지원에 대해 미국은
언제나 특히 적극적이다. 정상회담없이 전화통화를 통해 나온 이번 G7
공동성명의 배경은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이 어쩌면 옳을는지도 모른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단기자본이동규제, 엔.달러시세안정 등의 구체화가
더욱 긴요한 문제일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 문제는 아마도 이달중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에서도 논의될 것이 확실하다. G7공동성명이 세계경제를 위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공조체제를 결과할지도 그때쯤 돼야 분명해질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