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가히 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리를 맡긴 차에 기름을 꽉꽉 채워 고객에게 보내는 자동차회사가 있는가
하면 노트북컴퓨터를 갖고 다니며 공항 로비에서 탑승수속을 밟아주는 항공
사도 있다.

배달 차량이 고장나자 수십리 길을 걸어서 배달을 완수한 충직한 직원의
사례도 있다.

노드스트롬백화점 서비스는 다소 상식을 벗어난 감이 없지 않지만 다른
기업 역시 고객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준의 친절도 사양하지 않을 태세다.

사실 서비스는 기업활동의 가장 기본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고 이윤은 고객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이윤을 가져다 주는 고객은 서비스가 미흡해서는 확보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서비스->고객->이익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원활하게 돌아가야만 기업은
존립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서비스는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서비스 전략은 고객만족을 지향하되 간접적이면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측면이 강했다.

완벽하게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의 만족을 넘어서는 진한 감동
같은 게 있어야하는데 그 정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고객의 이탈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매출증대 등의 효과도 기하기
힘들었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사는 외국 자동차에 대항하기 위해 고객만족도를
높였지만 시장점유율과 이윤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당황했던 적이
있다.

단순한 고객만족 노력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시적인 성과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더라는게 여러 연구보고의 일치된 결론이다.

따라서 지금의 서비스 전략은 이같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롭게 정립, 추진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달라진 것은 서비스의 대상이 "충성(loyalty)고객"으로 좁혀졌고 이들
을 확보 유지 확대하는 것으로 목표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충성고객이란 철새처럼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찾아다니지 않고 평생토록
특정 브랜드에만 충성하는 봉황같은 고객을 말한다.

이들 "붙박이 고객"이 해당기업에 기여하는 정도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단적인 예로 고객이탈률을 5%만 낮춰도 25%에서 1백%까지 수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사인 MBNA사는 90년대초 고객이탈률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5%로 낮춰 8년만에 38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수익이 16배
증가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다.

더구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새 고객을 끌어들이는 비용에
비해 5분의1 내지 6분의1이면 충분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효과도 상당해 충성고객 1명은 평균 16명에게
구매를 추천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세계적 대기업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럼으로써 충성고
객의 확보 및 유지에 진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마케팅 전략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품종소량 추세에 맞추기 위한 맞춤제품 서비스라든가 반복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원투원 마케팅,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각종 아이디어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시킨 신유통경로 마케팅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서비스 경쟁도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상태다.

고객 로열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도 진일보했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위한 콜센터 운영, 마일리지 서비스 실시,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종업원 교육 등 선진국에서나 볼수 있는 서비스와 그 기법을
이제는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서비스가 사활의 관건임을 한국기업들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잡는 어업보다는 기르는 어업이 당연히 효율적이다.

서비스 마케팅에 있어서도 수렵이나 채집형 고객확보보다 경작형 마케팅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충성고객을 키우는 것이 당장은 비용을 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리라는 것은 진리에 가깝다.

기업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서비스 혁명기이자 패러다임 전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