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을 확보하라"

원천기술은 산업의 기반이자 핵심으로 이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원천기술 확보 여부가 곧 "기술종속의 길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기술우위로
나아가느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선진 각국은 너도나도 원천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국내 이동전화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제조업체들은
휴대폰 1대를 팔때마다 판매가격의 5.75%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핵심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에 바치고 있다.

여기에다 단말기안에 들어가는 핵심칩 수입료(칩당 평균 10달러정도) 등을
따지면 단말기를 1대 팔아 남는 돈은 별로 안된다.

퀄컴이 이렇게 지난 93년부터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제조업체들로부터
로열티 명목으로 받아간 돈은 모두 1억9천만달러.

부품공급 대가로는 무려 7억4천만달러를 받아갔다.

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엄청난 돈을
퀄컴에 바치고 있는 것이다.

퀄컴은 최근에는 CDMA의 신기술인 DMSS-3000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제공
하면서 현재의 로열티 외에 단말기 1대당 2.5달러의 추가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를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천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측으로서는 "당연한 권리"라는 반응이다.

미국 퀄컴은 한국으로부터 받아가는 것을 포함, 각종 로열티로 전체
매출액의 10%이상을 채우고 있다.

원천기술이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팔리는 모든 PC에는 미국 인텔의 칩이 들어간다.

VCR의 핵심부품도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해 쓴다.

이같은 부품을 수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국내 PC나 VCR업체들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4~7%를 차지한다.

업계는 DVD나 디지털 카메라 등 차세대 복합형 디지털제품의 경우 앞으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매출의 1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외국으로 흘러나간 특허.기술료는 연간
22억9천7백만달러(96년 기준)에 달한다.

3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특히 전기 전자 통신 등의 분야는 13억4천만달러를 기록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은 갈수록 개방화되고 있고 선진 각국이 원천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국내업체들도 뒤늦게 이 점을 깨닫고 원천기술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동영상 정보의 압축 전송 복원에 대한 국제표준
기술(MPEG-2)과 관련된 특허를 팔았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5천만달러가 넘는다.

앞으로 6년간 디지털 TV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 MPEG-2 관련 제품
시장이 1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인데다 핵심특허 로열티(기술료)가 대당
평균 46달러에 달해 일부만 받아도 최소한 5천만달러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오는 99년까지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기술
이나 초고속네트워크 광전자기술 등 10대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모두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21세기 기술 대경쟁시대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나은 원천기술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