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구조조정으로 전환하라"

한국경제신문이 "1백만 일자리 만들기(OMJ.One Million Jobs) 운동"의
일환으로 제안하는 세번째 화두는 "창조적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실시하되 가치창조형 일자리를 만들수 있는 방법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새정부들어 숨가쁘게 추진해온 구조조정은 산업구조를 뿌리부터 바꾸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나 "파괴적"이었다.

그동안 병들었던 부분을 한꺼번에 도려내고 경쟁력없는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작업에 불과했을 뿐이다.

새로운 "창조작업"은 전혀 없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대책없는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들을 위한 "단기적 실업대책"
을 마련해야 했으며,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정부의 노력을 평가절하하자는게 결코 아니다.

단기간에 위기를 탈출하고 국제적수준의 규범(글로벌 스탠더드)을 도입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파괴적 구조조정"을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얘기하는 "구조조정완료->고용확대"라는 이분법적 단계론이 성공할
것이란 확신도 없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1차적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가치창조형 일자리를 함께 만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EABC(Euro-Asian Business Consultancy)의 보고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현재와 같은 파괴적인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면 지난
10년동안 쌓아 놓은 부의 절반이상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
하고 있다.

실제 지난 97년8월이후 1백52만5천개(제조업 67만6천개, 서비스업
85만3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보고서는 파괴적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창조적 구조조정을 제시한다.

한쪽에선 낡고 썩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도려내되 다른 한쪽에선 각종
규제를 혁파, 새롭고 선진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낼수 있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되면 한국경제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탈바꿈시켜 가면서도 고용을
극대화할수 있게 되는 만큼 구조조정과 고용확대를 동시에 달성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창조적 구조조정은 우선 숨어있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새로 만드는 작업에서
시작돼야 한다.

금융부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과정에서 은행 종금사등 금융기관만 줄잡아 1백여개가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3만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이달에도 1만여명의 은행원이 직장을 잃어야 한다.

이만한 규모와 해고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다.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창출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권별 생산성향상에만 집착했다.

제1,2금융권의 업무영역조정 등 금융산업의 질적향상을 통한 일자리 마련
노력은 도외시했다.

EABC는 최근 성행하고 있는 선물 스와프 옵션등 첨단금융기법의 경우 지난
80년대 미국의 위기극복과정에서 비약적으로 발달했다고 진단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도 그동안 축적된 부를 최대한 보호하려다보니 새로운
기법에 관심을 기울일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가치창조형 일자리가
무수히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기업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경제위기의 원인이 된 기업들의 과잉투자거품을 걷어내면서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투자를 이룰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예컨대 유통업 정보통신 영상산업 환경산업 노인복지산업 여성의 가사
노동대체산업 건강산업 등 미래산업을 육성시키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외국인투자유치방법도 수정돼야 한다.

외환위기도 고비를 넘긴 만큼 "외자유치"가 아닌 "일자리를 만드는 외자
유치"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각종 규제도 과감히 벗어던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영국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지난 70년대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만이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이 버틸수 있는 것도 전체 제조업생산의
36%와 고용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기업이 한 요인이다.

파괴적 구조조정에서 창조적 구조조정으로의 전환-.

이는 성장과 고용확대를 위한 필수적인 방법론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