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가 현지기업들을 누르고 시장을 석권하기란 쉽지 않다.

현지기업들의 강한 도전과 내국인들의 국산품 애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쉽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상위권에 드는 기업은 분명 남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마케팅전략이 핸디캡을 극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햄버거의 대명사로 통하는 맥도날드의 경우 한국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서비스로 극복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봄만 해도 그렇다.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맥도날드 매장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외국기업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두달뒤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업체가 매장에 태극기를 내걸고 애국심에 호소했지만 맥도날드 매장은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의 전응준 이사는 "좋은 햄버거를 싸게 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애국심이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가 승부를 가른다"는 것.

한국맥도날드는 서비스에 관한한 자신한다.

이 회사는 모든 업무를 철저하게 본사 지침에 따라 처리한다.

임시직을 채용해도 곧장 매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한달동안 철저하게 서비스교육을 시킨뒤 내보낸다.

청결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다.

맥도날드 매장에는 새벽1시가 넘도록 불이 켜져 있다.

영업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업은 밤11시에 끝난다.

하지만 점원들은 2~3시간에 걸쳐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다.

외국기업에 대한 반감을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극복하기도 한다.

회사명을 숨긴채 브랜드를 앞세우는 마케팅전략으로 성공한 외국기업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아이보리"나 "위스퍼" "팸퍼스"는 잘 안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P&G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P&G가 회사명은 알리지 않고 끊임없이 브랜드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89년 한국에 진출한뒤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생리대를 나눠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인에겐 생리대는 은밀하게 사고파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P&G는 과감하게 한국인의 상식에 도전했다.

이유는 두가지다.

품질로 승부하면 뒤질게 없다는 자신감이 첫번째, 충격요법으로 관심을
끌겠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고 P&G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고객 위주의 마케팅전략도 이름있는 다국적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외국은행만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준다"고 말한다.

대기업 영업부장인 Y(42)씨는 최근 미국계 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돈이 필요하면 이용하라는 전화였다.

"그동안 잘 계셨느냐"는 인사도 받았다.

Y씨는 3, 4년전 이 은행과 거래를 끝냈다.

그런데 이 은행은 Y씨를 잊지 않고 있었다.

따져보니 금리도 낮은 편이었다.

수일전 국내은행 창구에서 "왜 그렇게 예대마진이 크냐"고 따지며 언성을
높였던 Y씨는 이날 외국은행을 다시 찾았다.

지난 여름 한국에 상륙한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는 한국인에겐 낯선
"크레이지 세일"(미친듯이 싸게 파는 것)을 벌여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일부 품목을 대대적으로 할인판매함으로써 온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월마트는 물건을 싸게 파는 유통업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국의 앞서가는 기업의 마케팅전략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엉뚱한 오해를 초래하는 수도 있다.

미국 암웨이는 위력적인 판매기법으로 10년전 한국에 진출한뒤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에 대한 오해로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