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한 "학점은행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학점은행제는 직장인 주부 등이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이나 사설학원 직업
훈련원 등에서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학위까지 따는
제도.

교육부는 이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지난 9월 지정교육기관을 61개에서
1백73개로 크게 늘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부분 교육기관에서는 오히려 수강생이 더 줄어드는 등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정교육기관 수강현황 =어학원의 경우 수강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은 시사영어 정철외국어 시사일본어학원
등 5개 학원.

이중 시사일본어학원은 2학기 75명 정원에 3과목을 개설했지만 수강자가
한명도 없었다.

YBM시사영어사도 고작 2~3명만 수강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부설 사회교육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천교육대는 1백50명 정원으로 영어회화 등 5개강좌를 2학기에 개설했지만
수강인원은 불과 19명에 그치고 있다.

한양대는 8백명 정원에 1백명, 경희대는 2백40명 정원에 62명만이 각각
수강하고 있다.

이밖에 정보처리관련 학원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문제점 =현실적으로 학위를 따기가 너무 어렵다.

졸업요건인 1백40학점을 5년내 취득하려면 연간 28학점을 따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학기당 14학점, 즉 하루에 4~5개 과목(3학점 짜리)을
들어야 한다.

시간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 퇴근 뒤 몇군데씩 교육기관을 옮겨다닌다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수업료도 부담이 크다.

대학 사회교육원의 경우 과목당 20만~30만원의 수강료를 내야한다.

더구나 직업전문학교의 수강료는 학기당 최고 1백50만원에 이른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
이다.

차라리 야간대학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형편이다.

<> 교육부 입장 =교육기관별 수강생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한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1년이 지난 후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자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도적 결함을 고쳐나가면 평생교육의 모범적 산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