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새벽 천안시와 아산시를 연결하는 21번 국도.

레미콘차량 등 건자재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 행렬이 어디론가 바삐 사라진다

이들 트럭은 대부분 경부고속철도 천안역 공사현장이나 인근의 아파트 또는
공장건설현장에 각종 자재를 실어 나르는 차량들이다.

이중 많은 차량들은 아산을 넘나든다.

아산은 오는 2011년 완성되는 아산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있다.

특히 이 지역은 정부가 신도시개발 사업방식을 분당신도시와 같은 토지보상
형태가 아닌 환지개발방식으로 결정함에 따라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토지보상방식은 땅임자가 토지를 감정가로 보상받고 사업지에서 떠나야
했으나 환지개발방식은 땅임자가 직접 토지를 개발할 수 있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산신도시는 천안역에서 불과 2km정도 떨어진 곳에 조성된다.

대상지역은 아산시 배방 탕정 음봉 등 3개 면과 천안시 불당동 일부 지역이
포함된다.

아산시는 일찍부터 신개발지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따라서 이 일대 땅값은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두차례에 걸쳐 크게
올랐다.

지난 89년 경부고속철도 천안역사 조성계획이 발표되자 투기의 발길이
몰렸던 것이 그 첫번째.

천안역사가 행정구역으론 천안시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아산시와 훨씬
가까워 아산시가 최대 수혜지로 꼽혀서다.

두번째는 96년 3월 정부가 아산시에 아산만 광역개발권 배후도시인 아산
신도시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다.

이때도 외지인들이 분주하게 휩쓸고 다녔다.

그러나 이곳도 IMF 한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투자를 위해 찾아오는 외지인은 거짓말같이 발길이 끊겼다.

토지거래 현황이 이같은 냉각기류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 상반기중 아산시에서 거래된 토지는 5천9백78건, 2백97만9천평으로
작년의 7천6백29건, 3백75만6천7백평에 비해 건수로는 27.6%, 면적으로는
26.1%가 줄었다.

그러나 7월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업소마다 한달에 3~4건씩 토지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다시 이곳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아산신도시 개발사업을 환지
개발방식으로 추진키로 결정함에 따라 확실한 개발이익이 보장되어서다.

게다가 IMF이후 땅값이 절반가까이 떨어진 점도 투자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아산시에서 땅값이 가장 높이 치솟았던 곳은 탕정면 호산리일대와 배방면
21번 국도변.

작년 한때 평당 1백20만원까지 나갔던 땅값이 최근에는 70만~1백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위치가 좋지 않는 농지도 지난해 평당 20만~30만원까지 상승했었으나
12만~15만원정도에 매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산시가 대부분 논밭등 평지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주요 투자대상은
역시 농림지이다.

외지인은 1천평방m(3백2평)미만의 농지는 매입할 수 없지만 그 이상이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현재 이곳의 농지값은 평당 10만원에서 1백만원안팎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중 평당 15만원대 토지가 가장 많다.

넓이는 7백~8백평이 대종을 이룬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 곳은 음봉면일대 월낭리 동암리 송호리등이다.

아산신도시 주변의 자연녹지 시세도 최근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년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탕정면 용두리, 음봉면 송촌리일대 자연녹지의 경우 지난해 평당 20만원에서
최근 11만~13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녹지는 농지와 달리 필지규모가 1백평안팎이어서 소액투자가 가능하지만
이들 자연녹지는 대부분 개발계획구역 외곽에 있어 땅값상승때까지는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땅값이 작년에 비해 절반가까이 떨어져 투자적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땅을
구입하기가 쉽지않습니다. 땅주인들이 2~3년만 버티면 재미를 보지 않겠느냐
며 내놓았던 물건을 회수합니다"(음봉명 덕지리 새도시공인 장석강 대표).

이 지역이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잘 대변해주는 말이다.

< 아산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