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광고는 세월따라 변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한가위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는 이미지광고가 많다.

그러나 올해처럼 경기가 위축된 때는 당장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실속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추석광고는 일시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다 사라지는 "반짝광고"가 대부분
이다.

이런 까닭에 오래 기억될만한 명작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광고 있었지"라고 말할만한 광고는 더러
있다.

기아자동차의 봉고 승합차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봉고신화"가 한창이던 85년 추석 "봉고 덕분에 온 가족이
모였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이 카피는 당시엔 귀에 쏙 들어올만큼 산뜻했다.

온가족이 자동차 한 대에 탄다는 것은 버스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때였기 때문.

봉고는 이 광고로 "가족여행에 적합한 차"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84년 추석에 나온 쌍용그룹의 신문광고는 "둘째사위는 어디에 있습니까?"
라는 카피로 유명하다.

토방에 널브러진 가족들의 신발 사진과 그 옆에 실린 광고문안은 실향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임진각에서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짓고 있을 둘째사위.

사위가 오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장모의 애틋한 마음을 이
광고는 담고 있다.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89년 추석에는 넉넉하고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럭키의 선물세트광고가 돋보였다.

럭키는 당시 "쓰리랑부부"라는 코미디로 이름을 떨치던 김한국.김미화
콤비와 국악인 신영희씨를 등장시켜 창과 북장단에 맞춰 "다양하고 푸짐한
럭키선물세트"를 알렸다.

올해는 추석광고가 드물다.

불황으로 인해 광고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추석 분위기를 북돋우기도
민망스러울 정도로 사회분위기가 침체되어 있기 때문.

다만 정보통신업체들이 내놓은 "실속광고"들이 눈에 띈다.

신세기통신과 SK텔레콤은 가전제품 백화점상품권 멸치세트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한가위경품잔치를 벌이며 이를 알리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