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다.

풍성한 가을걷이가 있게 해준 조상들께 감사 드리고 1년내 땀흘린 이웃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다.

선조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기원했듯이 추석은
풍요와 감사의 명절이다.

추석 하면 햇곡으로 빚은 송편, 햇과일 등 풍성한 먹거리와 고운 추석빔이
떠오른다.

가족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고 먹거리를 나눠 먹은뒤 이웃과 어울려
흥겨운 민속놀이를 즐기는게 추석의 풍경이다.

여기에 더해지는게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정을 담은 선물 주고받기다.

선물은 대개 고향에 계신 부모님 몫부터 챙긴다.

다음은 직장 동료, 가까운 벗, 그동안 신세진 이웃들을 생각하게 된다.

추석선물은 둥근 보름달만큼이나 넉넉함을 담는게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IMF 먹구름속에서 맞는 올 추석은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넉넉함을 앞세우기
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탓에 선물마련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하자니 서운한"게 올 추석 선물 걱정이다.

백화점은 물론 추석 선물 공급업체들이 후한 인심보다는 정성과 사랑을
담은 선물을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추석선물 특별판매전에 들어간 유통및 제조업체들은
올 추석 판촉 캐치프레이즈로 "작은 정성 큰 기쁨" "가격 한배, 기쁨 두배"
등을 내걸고 있다.

그만큼 가격보다는 사랑과 정성을 담은 실속 한가위 선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가격대도 지난해보다 30%정도 낮아진 3만~5만원대의 중저가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품목도 지갑 벨트 넥타이 등 패션잡화보다는 식품 생활용품 등 실속형
위주다.

심지어는 1만원대의 과자류 선물세트도 대거 등장했다.

분수에 맞는 가격에 정을 담은 선물들이다.

백화점업계는 지난해 추석보다 10~20% 가격을 낮춘 3만~5만원대 선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를 위해 선물의 크기를 줄이거나 새로운 기획상품을 개발했다.

상품 가지수도 다소 줄였다.

그동안 적잖게 나갔던 고가품을 이번에는 상당수 제외시켰다.

대신 사과 배 굴비 갈비 한방차 등 식품류 선물세트를 주력 품목으로
내세웠다.

이들 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1만원대 상품도 다수 선보인다.

그렇다고 의류 잡화 생활용품 등이 선물매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 10만~20만원대에서 올해는 5만~10만원대로 가격을 낮춘게
특징이다.

식품업계는 올 추석 특별판매기간중 지난해보다 5~10%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류 잡화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식품 선물세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만원미만의 참기름 식용유 참치 육가공 장류세트를 집중적으로
매장에 내놓고 있다.

커피류 전통차 등 다류세트와 꿀 인삼 영지 등 건강식품세트도 비슷한
가격대에 나와 있다.

1만원대 선물세트를 주력상품으로 선보인 업체도 많다.

각각 20여개의 전국 직판장에서 추석선물세트를 판매중인 농.수.축협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20~30% 가격을 낮춘 2만~5만원대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농.수.축협은 특히 이번주부터 특별할인판매를 실시중이다.

이밖에 화장품업계도 기존 화장품세트를 추선선물세트로 개조,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가 하면 생활용품업계도 저가 선물세트로 예년만 못한
추석경기에 대비하고 있다.

올 추석선물 시장은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선물은 준비하되 눈높이는
낮추는" 지혜를 보이고 있다.

< 유통부 김영규 서명림 김상철 김광현 안상욱 김도경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