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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31일자) 얼버무림만으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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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재계 사이에 생긴 균열이 쉽게 아물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정부 출범이후 대기업 개혁
    이다, 빅딜이다 하여 마찰을 빚어온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현대차 사태의
    원칙없는 해결 이후 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대기업 구조조정
    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할 상황에서 관계당사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 파업 타결이후 1주일동안 재계가 보여온 움직임은 한마디로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재계의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사문제 등 재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경제 5단체장 모임을 한달에 한번씩
    정례화하기로 했는가 하면 노동부의 인턴사원 채용 요청에 대해 경기가 좋아
    질 때까지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28일에는 경제5단체장들이 이기호 노동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노사
    분규중 불법행위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다. 노사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을 엄격히 지켜달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같은날
    전경련은 현대차의 분규해결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주한 외국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정부를 압박하는 홍보전까지 곁들였다.

    재계의 이같은 불만스런 움직임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현대차의 정리해고는 비상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임단협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분규의 진행절차와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행태, 노사문제를 다루는
    방식 등이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정리해고는 노동법상 쟁의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불법이었다. 그러나 파업이 과격화되면서
    오히려 생존권투쟁이란 명분이 부각되는 상황으로 변질됐고 정부와 여당은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한채 정치적 해결책을 선호함으로써 법질서의
    엄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말았다. 결국 구조조정이 현대사태로 물꼬를
    트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각한 부작용에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

    정부는 현대사태 타결후 정리해고가 사실상 목표를 달성한 셈이라고 주장
    하다가 재계의 거센 반발을 받자 최근에는 재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
    이다. 앞으로 불법쟁의를 한 노조에 대해서는 엄격히 법 집행을 하고 개별
    사업장의 노사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긴다는 등의 다짐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의 이같은 약속이 비슷한 사태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
    되어온 얼버무림으로 끝나선 안된다. 경제 앞날을 위해선, 사후처리나마
    법과 원칙에 입각한 현대사태의 확실한 마무리를 정부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말로 긴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방법으로 기업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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