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의 행장후보선정은 조흥 등 다른 은행에 비해 많은 우여곡절이
겪었다.

행장후보가 임시주주총회 3일전에야 결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결과도 파격적이다.

김정태 행장후보는 은행근무경력이 짧은 "증권맨"인데다 기존 임원들보다
젊기 때문이다.

그만큼 파장도 클 듯하다.

<> 선정과정 =지난 13일 경영진인선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 주택은행장 후보로는 내부에서 윤용석 부행장과 이상영 감사, 외부에서
김 행장후보를 비롯해 이정보 보험감독원장, 김영빈 주택사업공제조합
이사장, 박영수 광주은행장, 변형 한국투자신탁 사장 등이 거론됐었다.

인선위는 이들에게 경영계획을 제출토록 해 심사를 벌였다.

그러나 일부 인선위원이 외유를 하는 바람에 지난 18일 열려던 최종
인선위원회와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인선위는 24일에야 회의를 열어 뒤늦게 물망에 오른 김 행장후보와 윤
부행장을 복수후보로 행추위에 통보했다.

이날 저녁 열린 행추위에선 윤 부행장이 6표, 김 사장이 5표를 얻어 윤
부행장이 앞섰으나 행장후보로서 얻어야 하는 마지노선(8표)을 넘기 못했다.

결국 행추위는 26일로 연기됐고 이날 행추위에선 뒤집기가 이뤄졌다.

행추위가 열리기 전까지 두 사람은 집권여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과
충청출신이란 점 때문에 정치권간 갈등설,로비설이 나도는 등 양 진영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인선위라는 새 인선시스템이 도입됐지만 관치금융"의혹"이 어김없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 엇갈린 평가 =초기에 거의 거명되지 않던 김 행장후보가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후보가 된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가 은행업무에는 사실상 문외한이고 "경영 성적"도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곳 저곳을 옮겨다닌 그의 경력도 좋은 점수를 따는데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김 행장후보를 내정해 놓고 모양새를 갖췄을 뿐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주택은행 노조는 김 행장후보에 대해 "국민회의 정책기획단위원이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동기동창"이라며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령탑을 참신한 인물로 교체한 것은 경영혁신을 위한 "훌륭한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융당국도 외부인사가 행장을 맡아 "혁명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은행근무경력이 일천하다고 해서 은행을 모른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향후 파장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 부행장은 행장경선에서 탈락한 만큼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행장보다 나이도 많은데다 행장후보 선정과정에서 노조가 윤 부행장
편을 든 점 등이 두 사람의 "동거"를 어렵게 하리라는 분석이다.

다른 임원들도 윤 부행장과 함께 동반 퇴진할 수 있다.

경영혁신도 강도높게 추진될 듯하다.

조흥은행과의 합병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후보는 70년대초 조흥은행에서 현재 합병실무를 맡은 조원증 이사
(종합기획부장 겸임)와 기획조사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위성복 행장과는 같은 지역(전남)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 선후배 사이.

조흥측은 은근히 이런 김 행장의 이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 행장도 그간 "주택은행장이 선임되면 합병을 추진해 보겠다"고 말해
왔다.

금융당국도 두 은행간 합병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 전체로도 김 행장후보는 은행장중 최연소(48세)였던 황창기 전
한미은행장에 이어 두번째 최연소 기록을 갖게 된다.

외국인임원과 함께 "젊은 행장"이 새 유행으로 정착되는 전환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