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살리자는거냐,죽이자는거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한 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도입된 워크아웃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주력사 몇개라도 살려보자며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오히려 자금난에 몰리고 있다.

해당 그룹들은 이러다간 워크아웃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주력사마저
부도가 날지 모른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성사단계에 있던 외자도입 계획도 유보됐다.

협상파트너가 워크아웃이 개시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이런 지경이다 보니 협력업체들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을 안고 있는 11개 그룹은 모두 "워크아웃이
오히려 기업의 부실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창구지도 등을 통해
해당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과 종금사 등이 기존에 맺었던 상업어음할인및 당좌대월 한도약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물품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도 할인을 못받는
실정"이라며 "워크아웃 신청 이전보다 돈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미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채권단이 선정한 컨설팅업체들로
부터 실사를 받고 있다.

실사가 끝나면 관리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받게 되고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워크아웃 플랜을 짜게 된다.

이 플랜이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확정되는 시점은 대체로 10월 중순께.

그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워크아웃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이 커지자 8월들어 본격화된 64대
그룹 이외의 개별 대기업 대상의 선정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맥슨전자가 유일하게 선정된 기업이다.

은행권도 대기업의 반발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부실이 심한 것으로 인식돼 2금융권이
여신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금융권의 각종 지원을 받는 대신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경영권이 위협 받을 것이라는 걱정도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

은행권은 기업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금의 출자전환이나
신규자금지원이 있을 경우에만 경영권포기각서 등을 받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설득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은행은 "당초 예정됐던 10개 기업을 선정하기 어려워 월말까지
4~5개 기업만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거래선 관리나 자금조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 대부분 워크아웃보다는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