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길의 기차역. 여행도중 읽어야 할 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주간지를 읽자니 시간이 아깝고 서점은 너무 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서는 2년후 쯤이면 이런 상황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근처 편의점을 찾아가 읽고 싶은 내용이 담긴 전자서적을 단말기
를 통해 다운로드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미니디스크와 액정화면이 담긴 전자단말기는 문고본의 경우 최대 20권까지
수록할 수 있는 용량을 가졌다.

값도 종이로 만든 책보다 절반가량 싸 부담이 없다.

일본은 오는 2000년 실용화를 목표로 1백억엔을 투자해 서적을 전자데이터
상태로 유통시키는 전자서적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유수의 출판사 유통업체 가전메이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개발할 이 시스템은 사업단계가 크게 몇가지로 나누어진다.

우선 출판사는 서적을 전자데이터 형태로 출판한다.

이를 통신위성이 전국의 편의점 3백여개 유통업체의 판매기계에 전송한다.

독자들은 휴대용단말기를 기계에 접속해 원하는 내용을 다운로드받으면
된다.

이 액정단말기는 화질이 뛰어나 마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쇼가쿠칸 고단샤 이도카와쇼텐 등 30개 출판사와 마루젠 로손
등 5개 유통업체,샤프 히타치 NTT(일본전신전화) 등 전자통신업체들이
참여해 9월 결성할 계획이다.

2000년까지 3만개의 전자단말기를 준비하고 1만5천종의 책을 전자문서화
한다는게 1차 목표다.

일본의 이같은 전자서적시스템은 기존 출판시장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출판사->도매상->서점->독자로 흘러가는 서적유통경로가 붕괴될
전망이다.

통신위성을 통해 지방서점이나 독자들이 손쉽게 서적을 구입할 수 있어
도매상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기 때문이다.

고질적이던 서적의 재고 및 반품물량이 없어지는데다 제작원가가 크게
낮아져 출판업계의 구조변화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혁신적인 전자서적시스템개발이 아니더라도 현재 세계 출판계는
급격한 "디지털화"바람과 함께 엄청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PDF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적판매가 늘어나는데다
CD롬 등 여러 종류의 전자서적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자서적은 단순한 글(Text)만이 아니라 동영상 등 종이책이 못하는 표현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아직은 컴퓨터나 전용단말기를 통해 책을 읽는 것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의 습관이다.

두산동아 멀티미디어팀의 피광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책보다 컴퓨터
화면에 더 익숙해지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므로 전자서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