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해방 광복 독립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모두 일제점령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뜻이다.

우리는 일본의 우리나라 강점을 미워하지만 알게 모르게 일본식 사고방식에
물든 점도 상당하다.

선진국의 과학기술과 자본주의 체제를 일찍 도입한 일본은 군국주의
관료주의외에 영리주의 권위주의등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런 가치관이
우리에게도 전파되었다.

우리에게 아직도 일본식 가치관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완전독립이 안된
셈이다.

해방이후 미군의 주둔과 함께 이번에는 서구적 가치관이 들어왔다.

미국식 개인주의 합리주의 실용주의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70년대 미국과의 인권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이 외래가치관을
수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계화의 물결과 함께 국제경쟁이 치령해지면서 이제는
"흰돈이든 검은돈이든 달러를 버는게 최고"라는 식의 가치관이 슬슬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애국심이 혼란이 온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을 경제침략자 비슷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우리기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말에 어리둥절한 국민들도 많다.

외국사람들이 기업하기 편하게 정리해고등 노동관련 규정도 개정되었다.

공기업도 달러를 벌 수 있다면 외국인에게 팔겠다고 한다.

과거 언제 한번 우리기업들이 장사하기 편하게 정부가 솔선해서 규제를
풀어주었던가.

정말 달러의 위력이 크다는 걸 실감한다.

"달러가 최고"라는 목소리와 함께 IMF시대를 맞아 독립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외제담배의 점유율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이 국에 로열티를 안낸다는 상품이
더 잘 팔리기도 한다.

구조조정도 좋고 경제회생도 좋지만 경쟁력 지상주의 달러제일주의 때문에
우리고유의 가치관이 실종되어서는 곤란하다.

가치관부터 구조조정하고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

유한수 < 포스코경영연 선임연구위원 hsyu@mail.posri.re.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