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팅옌 <초대 주한중국대사> .. 6년만에 한국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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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만호 < 국제부장 > ]
외국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장팅옌 주한중국대사
(62).
지난 92년 8월 한.중수교 직후 초대 대사로 부임했던 그가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서울을 떠난다.
6년간 재임한 장수대사였다.
남북한에서 모두 20년을 보낸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오랫동안 "적성국가"였던 나라에서 초대 대사를 맡은지 6년이나 지났습니다
장수이신데요.
이임하는 감회가 어떻습니까.
"제가 대사직으로 있는 동안 주중 한국대사는 4번이나 바뀌었으니
까 "장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기였습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였다면 10~15년이 걸렸을 일을 한국과는 6년만에
이뤘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에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군요.
한국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떠나게 돼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마찰이 끊이지 않는게 국가간 외교인데 한중간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국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국의 입장을 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견이 생기면 다음에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대처합니다.
이는 곧 중국의 외교정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 대사관 앞에선 가끔 농성이 벌어지곤 합니다만 중국
대사관에선 그런 일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려웠던 적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가 정상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곤란한 일들도 있었을 테고요.
"재임기간 동안 7번의 정상회담과 28번의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대사로 부임할 때는 사실 불안감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50여년간 교섭이 단절됐었기 때문에 혹시나 환영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사람들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더군요"
-전세계 곳곳에 화교들이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 살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재임기간중 이 문제로 고충이 많으셨으리라 봅니다.
"그동안 한국 화교들의 법적 지위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남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곧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대사는 "경제외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들 하던데요.
"제가 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의 투자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게 도움이 됐겠지요.
다만 정보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중이기 때문에 정책에 변화가 많습니다"
-대사께서는 북한에도 오래 있었고 한국에서도 대사직을 6년이나 맡았기
때문에 최고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중 한 사람이라고들 하는데요.
한반도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반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간 것이나 리틀앤젤레스
가 평양에서 공연을 한 것, 금강산 유람, 4자회담 등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50년간에 걸친 불신을 하루 아침에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무리입니다.
여유를 갖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협상과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북한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을 불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믿지 못한다는 얘기지요.
체제가 같은 나라에서도 이견이 있는데 체제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너무 따지지 말고,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이 너무 자극적으로 남북문제를 다뤄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어떻습니까.
남측으로서는 최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반도 현실에 부합되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인정합니다.
햇볕정책은 통일 이전에 협력과 교류의 단계를 밟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풀립니다"
-한.중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사안이 주요 이슈가 될까요.
"오는 11월께 양국간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사안을 정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아시아 전체가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아시아국가들 간에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다아는 사실입니다.
최근에 한국기업들이 중국 은행에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수출융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지원 패키지에 참여한 데 이어서 추가로
한국의 외평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여행자유화조치를 취했는데도 중국인여행객수는 크게
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제 막 열린 관광시장입니다.
아직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한국이 많이 알려지면 관광객도 늘어날 겁니다"
-한-중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설정이 현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황해 오염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인데요.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경제수역 문제는 일본과는 최근에 협상을 통해 많은 진전을 봤습니다.
한국과는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황해오염은 이미 양국이 공동으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저는 북한에서만 14년을 있었고 한국에서도 6년을 있었습니다.
20년을 한반도에서 지낸 겁니다.
한반도는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돌아가서도 한반도와 관계되는 일을 찾아서 할 생각입니다.
은퇴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인가 할 것입니다"
< 정리=한우덕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
외국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장팅옌 주한중국대사
(62).
지난 92년 8월 한.중수교 직후 초대 대사로 부임했던 그가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서울을 떠난다.
6년간 재임한 장수대사였다.
남북한에서 모두 20년을 보낸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오랫동안 "적성국가"였던 나라에서 초대 대사를 맡은지 6년이나 지났습니다
장수이신데요.
이임하는 감회가 어떻습니까.
"제가 대사직으로 있는 동안 주중 한국대사는 4번이나 바뀌었으니
까 "장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기였습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였다면 10~15년이 걸렸을 일을 한국과는 6년만에
이뤘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에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군요.
한국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떠나게 돼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마찰이 끊이지 않는게 국가간 외교인데 한중간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국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국의 입장을 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견이 생기면 다음에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대처합니다.
이는 곧 중국의 외교정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 대사관 앞에선 가끔 농성이 벌어지곤 합니다만 중국
대사관에선 그런 일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려웠던 적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가 정상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곤란한 일들도 있었을 테고요.
"재임기간 동안 7번의 정상회담과 28번의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대사로 부임할 때는 사실 불안감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50여년간 교섭이 단절됐었기 때문에 혹시나 환영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사람들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더군요"
-전세계 곳곳에 화교들이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 살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재임기간중 이 문제로 고충이 많으셨으리라 봅니다.
"그동안 한국 화교들의 법적 지위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남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곧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대사는 "경제외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들 하던데요.
"제가 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의 투자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게 도움이 됐겠지요.
다만 정보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중이기 때문에 정책에 변화가 많습니다"
-대사께서는 북한에도 오래 있었고 한국에서도 대사직을 6년이나 맡았기
때문에 최고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중 한 사람이라고들 하는데요.
한반도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반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간 것이나 리틀앤젤레스
가 평양에서 공연을 한 것, 금강산 유람, 4자회담 등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50년간에 걸친 불신을 하루 아침에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무리입니다.
여유를 갖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협상과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북한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을 불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믿지 못한다는 얘기지요.
체제가 같은 나라에서도 이견이 있는데 체제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너무 따지지 말고,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이 너무 자극적으로 남북문제를 다뤄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어떻습니까.
남측으로서는 최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반도 현실에 부합되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인정합니다.
햇볕정책은 통일 이전에 협력과 교류의 단계를 밟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풀립니다"
-한.중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사안이 주요 이슈가 될까요.
"오는 11월께 양국간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사안을 정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아시아 전체가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아시아국가들 간에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다아는 사실입니다.
최근에 한국기업들이 중국 은행에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수출융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지원 패키지에 참여한 데 이어서 추가로
한국의 외평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여행자유화조치를 취했는데도 중국인여행객수는 크게
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제 막 열린 관광시장입니다.
아직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한국이 많이 알려지면 관광객도 늘어날 겁니다"
-한-중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설정이 현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황해 오염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인데요.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경제수역 문제는 일본과는 최근에 협상을 통해 많은 진전을 봤습니다.
한국과는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황해오염은 이미 양국이 공동으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저는 북한에서만 14년을 있었고 한국에서도 6년을 있었습니다.
20년을 한반도에서 지낸 겁니다.
한반도는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돌아가서도 한반도와 관계되는 일을 찾아서 할 생각입니다.
은퇴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인가 할 것입니다"
< 정리=한우덕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