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상공회의소(회장 김영만 SK아메리카 부회장)와 무역협회 뉴욕지부
는 30일(현지 시간) 뉴저지 힐튼호텔에서 "한국기업의 국제 신용평가 제고를
위한 대응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는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존 본 전사장과 KPMG
회계법인의 한국계 회계사인 방성욱.김규성씨가 나와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본 전 무디스 사장은 "한국기업들이 올바른 신용평가를 받으려면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에게 최신의 경영정보를 수시로 공급하는 등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재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성 회계사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비용
보다는 자산을 과다계상해 국제 투자자들의 불신을 자초했다"며 "독립된
회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엄격한 회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신뢰회복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전 사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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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은 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작업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금융시장이 급속히 통합되는
상황에서는 신용평가기관들이 기업의 신용을 평가할때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기업의 대처 능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재무제표상의 수치보다 경영진의 능력과 기업이 처한
문제등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과거와의 연속성이 단절된 한국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재무제표나
과거의 실적은 큰 의미가 없다.

신용평가기관은 한국기업들이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주시한다.

변화가 심한 불연속 상황에서는 수치보다 소위 "펀더멘틀즈(fundamentals)"
와 이를 초래한 원인이 훨씬 중요하게 부각된다.

펀더멘틀즈와 이의 변화를 초래한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신용평가기관
은 현재의 경제 및 기업의 운영상태 그 이상의 것을 찾는다.

이렇게 말하면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여 조만간 신용등급이 향상되리라고
기대하는 한국기업들은 실망할수 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신용평가기관들은 높은 등급을 부여받는 우량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달리 다룬다.

우량기업들은 경기 변화나 외부여건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기관은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3-5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한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사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런 기업들은 예측하지 못한 사안에 대처하는 능력이 낮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은 기업등급을 판정할 때 "스페셜 이벤트"와 "미래(future)
이벤트"로 불리는 두 가지 요소를 구별한다.

미래이벤트란 "이성적으로 예측 가능한 상황"을 일컫는다.

모든 신용평가는 미래이벤트를 전제로 시작된다.

즉 채무자가 부채전액을 만기 내에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스페셜 이벤트는 "예측 불가능한 사안"을 지칭한다.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포지션 지혜 능력 등 정성적인 요소가
과거 실적보다 더 중요하게 반영된다.

신용기관의 평가는 단견이거나 부적절할 수도 있다.

그에따라 신용기관의 객관성은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게 하나 있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국가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해당 국가의 법률 규정 절차 문화 등도 신용평가의 주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신용평가가 일국의 범위를 넘어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한국기업은 일차적으로 한국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에는 국제 법과 관행 규정, 특히 영미
법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그간 한국의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은 자산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용평가 결과에 기초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이와관련 현재와 앞으로의 현금창출 가능성은 중요한 기준이다.

신용평가에서 또 하나 특기할 점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세금징수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나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자체 수익만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경험으로 볼 때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던 기업이 새로운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는 과거 은행의 직접 보조와 정부의 보증에 의해 신용도를 유지한 기업이
시장 또는 수익 지향적인 신용평가 기준에 따라 신용 재평가를 받게 될
경우, 신용도가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 위기와 경제정책 문제, 시스템변화 등에 직면한 한국 기업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변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민영화가 좋은 예다.

신용평가와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채권자 가치(debt-holder value)다.

자금을 대출해 주는 기관은 기업경영진의 능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신용평가기관들은 평가대상 기업의 경영진 재정상황 경쟁업체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평가시 신용기관이 이미 알고 있는 재무상황보다는 경영진의
비젼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평가기관이 기업을 평가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다 갖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신뢰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신용평가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적은 노력으로 채권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갑작스런 신용도 하향조정은 피할 수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특히 새겨야 할 것은 상호지급보증의 관행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상호지보는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개도국들에 공통된 현상이다.

하지만 상호지보는 기업의 투명성을 해쳐 국제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정부와 기업은 단순성 투명성 이해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