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망한다.

1년전만 해도 경제교과서에나 나왔던 얘기가 현실이 됐다.

동화 등 5개 은행이 지난 6월말 문을 닫았다.

다른 은행들의 운명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예금자 보호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겪는 불편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는게 퇴출은행을 거래해온 고객들의 얘기다.

특히 신탁부문의 손실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망하는 은행의 신탁은 어느 누구도 거들떠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산가치가 원금+기대수익률이상이라면 괜찮겠지만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제 고객은 안전한 은행을 찾아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도 져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은행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다.

금융감독위원회도 BIS 8%를 기준으로 각종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8%가 넘으면 자율을 주지만 8%에 미달할 때는 혹독한 정상화조치를
요구하게 된다.

BIS비율에는 수익성도 반영돼 있다.

자기자본에는 납입자본금외에 배당 등을 하고 남은 이익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자기자본은 커지고 이에 비례해 BIS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

현행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은 부실 금융기관만을 정리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른 부실 금융기관의 정의는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 경우와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금감위가 6.29 은행 퇴출을 결정할 때도 5개 은행외에 강원.충북은행이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 경우에 해당됐다.

그럼에도 금감위가 강원.충북은행을 퇴출대상에서 뺀 것은 두 은행이
실현가능한 자본금 보강약속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이 많으면 높게 나온다.

따라서 자본과 부채를 합한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자본잠식상태에 놓인
곳이기 때문에 BIS비율이 마이너스가 된다.

다만 6.29퇴출때는 채무.재산실사기준(금감위규정)과 회계법인의 BIS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이 달랐기때문에 평화은행처럼 재산이 채무보다 1백23억원
많았지만 BIS비율은 마이너스 1.57%가 나온 곳도 있었다.

어쨌든 BIS비율이 8%이하면 "정상"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당국으로부터 "현황"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은행들에 비해 불확실성은 덜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은행들이 발표한 97년말기준 BIS비율과 6.29퇴출때
적용한 "강화된 기준"에 따른 98년3월말 BIS비율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가장 변동폭이 작은 한일은행은 97년말 6.90%에서 98년3월말 4.53%로
2.3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강원은행은 5.37%에서 마이너스 16.0%로 무려 21.37%포인트가
떨어졌다.

12개 은행의 평균 하락폭은 9.68%포인트.

보통 큰 게 아니다.

이런 결과는 97년말기준 BIS 8%이상 13개은행에 대해 실시되는
경영진단에서 이들 은행의 BIS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다만 부실정도가 8%미만 은행에 비해 덜하기 때문에 하락폭은 8%미만
12개은행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위는 8%이상 13개 은행에 대해 경영진단결과 8%를 밑도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부실가능은행"으로 규정, 경영진교체나 합병 등 고강도
경영개선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8%이하 12개은행이 겪었던 전철을 밟는 셈이다.

또 특정시점에 BIS비율이 8%를 넘어도 지급보증으로 우발채무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곳은 비슷한 조치를 받게 된다.

결국 BIS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곳을 택하는게 좋다.

안전한 은행을 고르는 또하나의 기준은 외자유치여부.

외자는 쉽게 말하면 "외국돈"이다.

그러나 이 돈은 자본금으로 들어와야 한다.

빌리는 것(차입금)은 언젠가 갚아야 하기 때문에 갚을 필요가 없고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되는 자본금외자에 비해 부담스럽다.

자본금 외자는 은행자기자본을 늘려 BIS비율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고
대외적으로 신인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또 합작선에서 임원을 파견해 경영을 감시하므로 부실화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외자를 유치한 은행이 1백% 안전한 은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실여신이 적은 곳도 좋은 은행이다.

은행이 망하는 원인은 대부분 이 부실여신때문이다.

원리금을 몇달간 갚지 않은 여신이 얼마나 되느냐를 따져보면 된다.

은행감독원은 고정(6개월연체이상)이하여신을 공표한다.

특히 부실한 대기업에 여신이 많은 은행은 피하는 게 좋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