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휴가철이다.

예년같으면 여기저기서 피서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겠지만 올해엔 사정이
다르다.

한국도로공사가 성인 3천명에게 물어본 결과 "휴가계획이 없다"는 응답자가
42.5%나 됐다.

한국관광연구원 조사에서 여행예정자가 지난해보다 36% 적게 나타난 것도
어려운 형편을 반영한다.

독서철이 가을에서 여름으로 바뀐 건 90년대초부터지만 올여름엔 아예
바캉스여행 대신 책읽기로 더위와 심란함을 이겨내면 어떨까 싶다.

피서지대신 고향을 찾아 대청마루나 원두막에서 수박이나 감자를 먹으며
독서삼매에 빠져보면 좋지 않을까.

집에서 가족이나 이웃끼리 모여 국수도 삶고 파전도 부쳐 먹으며 책을 읽는
것도 시도해볼 법하다.

평생 독서하되 진보가 없는 사람은 욕심이 앞선 탓이라고 했거니와 목적없이
읽는 즐거움은 휴가때가 아니면 누리기 어렵다.

1인당 평균여행경비 20만4천원의 절반내지 3분의1만 책에 투자하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에도 큰힘이 될게 틀림없다.

미국의 여론조사전문업체 해리스 폴이 공개한 미국인의 여가시간 활용방법중
독서가 30%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거역할수 없는 진실을
되새기게 한다.

TV시청이 21%로 2위고 정원가꾸기 낚시 팀스포츠 바느질 운동 쇼핑
모터사이클링 잠자기가 뒤를 이은 것도 미국인의 건전한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책은 현실의 좌절로부터 근본적인 원리를 도출해낸 사람들의 노작이다.

따라서 독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의 답답함을 견디고 자신을 지탱하게
한다.

또 구태의연한 생각과 습관에 물들지 않고 유연한 지성을 갖추는데 필요한
풍부한 상상력과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만든다.

"열하일기"의 저자로 유명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선비와 독서"라는 글에
이렇게 써놓았다.

"자제들이 오만방탕하고 빈둥거리거나 제멋대로여서 못하는 짓이 없다 해도
그 곁에 독서하는 사람이 있으면 멋쩍어서 책을 읽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독서하면 요절하지 않고 노인이 독서하면 혼몽해지지 않는다.

귀한 사람은 귀함을 유지할 수 있고 천한 사람은 분수에 넘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