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시장에 다시 엔저태풍이 불어닥칠 것인가.

자민당 참패로 엔저 폭풍이 다시 동남아를 휩쓸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1백47엔에 육박했던 엔폭락세가 재연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시장은 숨소리를 낮추고 있다.

엔화는 13일 한때 달러당 1백44.5엔까지 폭락, 엔저 태풍의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백45엔선에 육박했다.

그러자 싱가포르달러 말레이시아 링기트 태국바트 인도네시아 루피아등
동남아 통화들도 0.5-1%가량씩 일제히 떨어졌다.

주가도 동반하락했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증시의 주가들은 모두 1-2%씩 떨어졌다.

일본 엔화의 향방에 비상한 관심들이 쏠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 전망을 그다지 어둡게 보지 않고 있다.

엔이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이번 선거결과가 엔화 회복에 오히려 약이 될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계 개편으로 경제개혁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단기적인 엔약세 근거는 정국 불안에 대한 우려.

신임총리가 선출되고 새로운 내각진용이 짜여질 이달말까지는 엔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기간중 엔은 최악의 경우 1백50엔근처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어 엔 폭락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엔화가 회복세로 돌아설 여지가
크다고 보고있다.

후임 총리가 누가 되든 새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경제개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집권당은 참의원의석 감소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만 원활하게
정국을 이끌어 갈수 있고 야당들은 보다 강력한 경제개혁을 주장해왔다.

물론 엔시세 회복에는 한계도 있다.

선거패배에 따른 자민당의 기반 약화로 정국이 평탄할 것 같지 않아서다.

보다 강력한 개혁조치라는 플러스요인과 정국불안이라는 마이너스 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시세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임 내각이 들어선후 달러당 1백35엔-1백40엔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