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원희씨의 작품 배경은 농촌이다.

서양화재료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국농촌의 풍경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실험적 미술이 주요 흐름을 형성하는 요즘의 화단 풍토에서 멀리 떨어진채
농촌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에 일관되게 매달려 왔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유유자적하는 이상화된 농촌이 아니다.

한편으론 피폐돼 있으면서도 여전히 따뜻함과 정감을 잃지않는 농촌을
있는대로 담아낸다.

퇴락한 담벼락, 이끼 낀 기와지붕, 논을 끼고 도는 한적한 길, 그 길을
걷고 있는 농부, 군데군데 서 있는 나무 등에선 흙냄새와 함께 농촌의
서정이 짙게 배어나온다.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549-7574)에서 갖는
개인전 출품작은 모두 30여점.

흙갈색 톤을 기조로 유화의 점성을 수묵의 느낌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전엔 단순한 풍경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번 발표작들엔 군데군데 사람이
등장하는게 특징.

저물무렵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농부, 머리에 짐을 이고 걸어가는 아낙 등
오랫동안 흙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들이 농촌의 일부처럼 화면에 그려지고
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