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증권의 임직원들이 경영부실로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 주주 몰래
회사돈을 빼돌려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챙긴 사건은 특정 금융기관에 국한된
파렴치 행위라기보다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말해주는 케이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장은증권은 직원 4백17명을 모두 퇴직 처리하면서 정상적인 퇴직금 28억원
외에 1백60억원을 명예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고객이 맡겨놓은 8백50억원의 예탁금을 자력 반환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부실금융기관이 고객의 돈은 뒷전으로 미룬채 직원 호주머니부터 먼저 채운
것이다.

더구나 노조가 사장을 윽박질러 명예퇴직에 사인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혼란을 틈탄 약탈행위"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앞서 충청은행은 퇴출발표 전날 5백억원의 퇴직금을 처리했으며 대동.
동남은행은 폐쇄설이 나돈 시점부터 중간정산형태로 퇴직금을 지급했다.

업무정지조치를 받았던 어느 종금사는 국고지원금을 갚지도 못한 상태에서
증자대금이 들어오자 직원들의 밀린 보너스부터 지급하기도 했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짐을 지운 부실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돼 구조조정을 흙탕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볼때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이제 윤리적 지탄으로 끝낼게 아니라
구조개혁과 신용질서수호 차원에서의 제도적인 차단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할 때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부실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고객예탁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운데도 부실에
연대책임을 져야할 직원들은 오히려 자기몫을 부풀려 빼돌리고 애꿎은
고객과 국민에게만 손해를 전가하는 부도덕한 행위가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특히 대표적 도덕적 해이 사례로 꼽히는 부실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명예퇴직금 지급은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돼야 한다.

현행법상 경영책임자에 대한 배임죄 추궁은 몰라도 이미 지급된 퇴직금을
되돌려 받는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퇴금에 상한선을 두거나 경영진에 대한 구상권 행사 등의 확실한
법적 보완조치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한편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른데는 감독기관의
부주의및 무책임이 일조를 했다고 볼 때 감독기관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장은증권사태만 하더라도 "돈잔치"를 하기 위해 전직원이 사표를
냈는데도 증권감독원은 인건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인줄로 알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감독기관의 안일한 자세는 고객을 외면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그 자체가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개혁대상임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