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여야 이견으로 15대 후반기를 이끌어갈 의장단및 상임위원장
선출은 물론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등 원구성도 하지못한채 한달이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공전하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직무유기이고 민의를 짓밟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걸핏하면 "국민의 대표"임을 내세우는 국회가 이래도 되는지 묻고싶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때인가.

날마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서
고통을 감내하느라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 사상초유의
5개 은행 퇴출 등 국정의 중대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국론을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기는 커녕 휴업상태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25일 이후 지금까지 여섯차례의 임시국회가
소집됐었다.

지금도 개회중이다.

날짜로 따지면 1백일에 가깝다.

그런데도 본회의가 열린 날은 열흘이 채 안되며, 그나마 법언처리는
뒷전이고 싸움질이 대부분이었다.

이러고도 과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라고 할수 있겠는가.

현재 국회에는 금융구조조정과 외자유치촉진을 위한 법안 등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무려 2백64건이나 계류되어 있고 이들 대부분은 시간을
다투는 사안들이다.

특히 구조조정지원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과 실업대책비 등은 제때에
처리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기능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가 이렇게 된데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국회의장은 우리가 맡아야한다는 아전인수식 주장만을 서로 고집하는 등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힘겨루기이고 싸움질에 지나지 않는다.

여야가 총무접촉을 갖고 국회정상화를 위한 의견조율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자세라면 별로 기대할게 없을 것같다.

양보와 타협이 없는 협상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국무총리 인준동의안을 비롯해 국회의장단 선출 등은 국가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그야말로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더구나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국회의장 선출의 경우 이미 여야가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에 합의한 이상 어느당도 의장직확보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게다가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않고 그 기능을 포기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법은 의장단 임기만료 5일전까지 의장단을 구성토록 명문화해놓고
있으나, 여야는 법정시한인 지난달 24일을 넘기고도 한달이상을 공백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작지않은 현실에서 기능이
정지된 식물국회를 마냥 방치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정치권은 심각하게 반성해보기 바란다.

그동안의 비능률을 자성하고 속죄하면서 정치개혁에 솔선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당파적 이익만 내세운다면 우리 정치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