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사안일하고도 무원칙한 대응이 금융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퇴출 이틀째인 30일에도 금융거래가 마비됐으며 쉽게
정상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등 5개 인수은행들은 30일 대동 동남 동화 경기
충청등 퇴출은행의 전산실을 장악했으나 전산망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퇴출은행 관련 모든 업무가 이날도 정지됐다.

특히 이날 오후 정부가 "퇴출은행의 자기앞수표를 정상적으로 수납
결제하라"고 긴급지시했지만 대부분 은행에선 퇴출은행의 자기앞수표
받기를 거부, 고객들이 애를 먹었다.

또 정부가 퇴출은행의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어음교환대상에서 제외키로
함에 따라 이들 은행의 수표및 어음을 소지한 기업들은 말일 결제자금을
구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자금난은 하청업체에까지 파급돼 이번주에 기업연쇄부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퇴출 이틀째를 맞았는데도 금융거래가 정상화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무사안일하고도 무원칙한 대응이 주된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퇴출은행을 장악하는건 시간문제이며 퇴출발표 4-5시간후면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어음결제는 커녕 예금인출 자기앞수표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애초부터 퇴출은행의 반발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8천4백여명의 경찰과 6백40여명의 은감원직원및 인수 은행직원들만
있으면 퇴출은행을 쉽게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편의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님이 드러났다.

정부의 패착은 29일 밤에도 되풀이됐다.

정부는 29일밤부터 30일낮까지 무려 세번에 걸쳐 퇴출은행 어음수표처리
지침을 변경했다.

그러다 혼란이 가중되자 이날낮 1시에는 자기앞수표는 정상교환하라고
시달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의 방침이 반복되자 은행들과 고객만 골탕을
먹었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퇴출은행발표때 나타날 부작용을 너무 간과한 것 같다며
관료주의적으로 금융시스템을 바라본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자산부채이전(P&A)방식이 고용승계 없는데도
이를 간과한 점 <>퇴출은행 발표를 월말인 30일전으로 앞당겼다는 점
<>퇴출은행직원의 반발을 예상한 대책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 <>그후에도
수기를 통한 예금지급등 치기어린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시스템이 쉽게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