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처리가 빨라진다.

정부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기아자동차를 빅딜
(사업맞교환)과 연계시키지 않고 국제경쟁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빅딜연계에 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달초 나올 미국 앤더슨 컨설팅의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구체적인
처리일정 등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또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한 묶음으로 파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이날 대책회의의 의미는 두가지다.

정부 채권단 기아 등 3자간에 처리방향과 속도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이다.

우선 처리방향은 "국제입찰을 통한 제3자인수"다.

정부는 간혹 "3자인수" 방침을 밝히긴 했으나 기아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화하지 못했다.

"국제입찰을 통한 3자인수"로 관계기관이 의견을 집약한 것은 노조나
기아의 주주인 포드의 반발을 무릅쓰고 투명하고 공정한 처리절차를 밟겠다
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 의미있는 진전은 처리속도다.

채권단은 정리계획안을 7월초 작성해 7월중순 채권단협의를 거쳐 7월말까지
확정,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한달가량 빨라진 것이다.

법원도 정부의 조기처리방침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 늦어도 9월말이나
10월초에는 정리계획안 인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부 채권단 기아 등 3자는 국제입찰을 법정관리절차와 병행해
추진, 늦어도 8월말까지 최종인수자를 가리기로 했다.

이를위해 7월초에 입찰자격 조건 등의 기본방침을 정한뒤 7월중순부터
입찰안내서를 발송, 입찰참여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최근 복병으로 떠오른 우발채무(지급보증채무)에 대한 해결책도 강구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채권 시인및 부인과정에서 2조원가량의 우발채무(보증
채무)를 부인해 법정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채무가 법원판결에 의해 최종 확정되기전이라도 정리계획안을
통해 부채탕감및 변제계획을 인가받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앞으로는 입찰자격, 감자및 신주발행규모, 최저가격 등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부채가 자산을 1조원가량 초과해 전액 또는 대폭 감자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감자후엔 채권단의 출자전환없이 1조원 어치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모든 절차와 기준을 공개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기아자동차를 처리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특정입찰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부는 현대 삼성 대우 등 국내자동차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부채비율낮추기가 급한 국내기업들이 종전처럼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인수자금으로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제입찰이 불발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않다.

특히 포드의 경우 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기아자동차 현황분석과 해결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불참가능성을 내비치며 엄포를 놓고 있다.

보고서는 "(포드는) 경쟁입찰에 불참할 것이고 그럴 경우 소형차 13만대의
수출보장 등이 수포로 돌아갈 수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경쟁입찰에 탐탁찮은 반응들이다.

경쟁입찰이 제대로 안될 경우 빅딜이 새롭게 부상할 수도 있다.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또다른 회생
방안을 찾거나 아니면 아예 청산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