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들쑤셔 놓은 정리대상기업 발표대상에는 시대축산(뉴코아) 대도제약
(삼성) 등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기업이 많다.

1차 부실판정후 정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화를 낸
5대 그룹의 경우에는 각각 3~5개씩 비슷하게 숫자를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날 금융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정리대상기업은 "기대에
못미친 숫자채우기"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례없이 정리대상기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이날 행사는 기업구조조정을
잘하고 있다는 점을 외국에 알려 신인도를 높여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합병이나 청산 대상에 올라있는 "산소호흡기를
단 기업"이라는 점에서 신인도회복을 끌어낼수 있을지 미지수다.

발표대상에서 빠진 기업에 외국인들이 마음놓고 투자할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날 정리대상발표는 구조조정의 시작일 뿐이다.

이헌재 위원장이 밝힌 여신중단을 통한 빅딜압박과 회생가능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기업조조정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빅딜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위가 부당내부거래근절과 여신중단으로
밀어부치겠다는게 확고해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빅딜후보인 삼성자동차 문제를 언급할 것인지의
여부로 고심했다.

질의응답에선 교환대상인 중복투자문제를 빚고있는 대표적 업종으로 자동차
산업만 언급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질의응답이 끝난뒤 나눠준 자료에는 이미 삼성자동차에 대한 여신
중단문제(빅딜 안될때)가 명시돼 있었다.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습니다"(실무자).

여신중단이라는 무기를 통한 빅딜은 이렇게 구체화됐다.

다만 현대자동차가 삼성자동차를 넘겨받음에 따라 경제적 비효율이 크고
반도체교환도 실효성이 적다는게 일반적이 지적이다.

이런 한계를 금감위의강압으로 극복할수 있을지, 빅딜이 실현된후 빚어질
개별 기업차원의 또다른 과잉은 어떻게 처리할지도 쟁점으로 남는다.

빅딜과 별도로 진행될 구조조정작업도 주목거리다.

8개 대형은행이 다음달 15일까지 64대 계열기업군중 각각 2개 계열기업군을
선정, 구조조정을 하도록 했다.

그밖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은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기업가치를 높이는게 주목적
이지만 계열해체를 통한 정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정리가 이어질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빅딜과 지속적인 기업구조조정은 55개 기업정리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중복투자사업의 교환이나 포기, 일부 계열기업해체 등 빅뉴스도
이어질 것이다.

구조조정의 태풍이 본격 몰아칠 전망이다.

이런 작업을 9월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하겠다는게 정부 방침이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도출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기업구조조정 일정 >

<> 6월18일 : 퇴출기업명단 발표

<> 6~7월 : 기업 워크아웃 추진

<> 7월15일 : 8개 대형은행에서 64대계열기업군 가운데 구조조정대상
계열기업군 각각 2개씩 선정
기타 대기업및 중견기업은 8개 대형은행에서 10개씩 선정
하거나 기업의 신청 접수

<> 7월말 : 5대계열 재무구조개선약정 재편

<> 8~9월 : 기업구조조정 가속화

<> 9월말 : 1차기업 구조조정 마무리

< 부실기업 판정 일지 >

<> 4월14일 =경제대책조정회의, 채권은행에 "부실기업판정위원회" 구성방침
발표

<> 5월7일 =은행감독원, 판정위원회 구성 및 5월말까지 부실대기업 선정
지시

<> 5월9일 =채권은행, 부실기업 판정위원회 구성

<> 5월10일 =김대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실기업 5월말 정리 방침
천명

<> 5월11일 =채권은행단, 부실기업정리 공동기준 발표

<> 5월27일 =채권은행들, 부실기업 판정위원회 소집

<> 5월31일 =채권은행들, 자체 판정결과 간사은행에 통보. 이견조정 착수

<> 6월2일 =채권은행단, 1차 판정결과 금감위 보고
금감위, 6월8일로 발표일정 확정

<> 6월3일 =금감위, 판정결과 대통령 보고
김대통령, 5대그룹계열사 포함 보완지시
금감위, 6월20일께로 발표일정 순연

<> 6월13일 =채권은행단, 2차판정결과 금감위 보고
금감위, 재보완 지시

<> 6월16일 =채권은행단, 보완결과 금감위 보고
금감위, 5대그룹사 추가 보완 지시

<> 6월17일 =금감위, 판정결과 대통령 보고
1차 발표명단 확정

<> 6월18일 =금감위, 퇴출기업 명단 발표

< 고광철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