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회장이 김우중 차기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함에 따라 전경련은 "투톱
시스템"에서 다시 "원톱체제"로 들어섰다.

김우중 회장이 실질적인 "재계 총리"가 됨에 따라 전경련의 행보도 전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중식 목소리"를 보다 강하게 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김우중 차기회장은 회장직을 대행하게된 뒤 "전경련이 재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소극적 이익단체에 머물지 않고 경제난국을 풀어가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재계차원에서 추진할 수있는 다양한 난국극복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선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재계의 긴급 처방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를 자신이 제의했던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카드에서
찾을게 분명하다.

그는 지난 3월 유일한 대안이라며 이 계획을 내놨었다.

정부와 국책연구 기관의 비웃음도 받았다.

그러나 상반기 중 경상 흑자가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의 판단은 맞아가고 있다.

전경련이 요구해온 무역금융확대 등 정부의 지원조치가 없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김 회장의 자신감은 오히려 커졌다.

김 회장은 따라서 올해 5백억달러 흑자를 달성할 경우 외환위기 극복은
조기에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차원의 경상수지 확대 노력을 범국민 차원의 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김 회장 앞에 놓인 첫번째 숙제인 것이다.

금융시스템 마비로 빚어지고 있는 흑자기업의 연쇄도산을 중지시키는 것도
김 회장 어깨에 얹힌 짐이다.

기업이 먼저냐,금융이 먼저냐는 구조조정 우선순위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김 회장은 당연히 금융구조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쓸 것이다.

그는 최근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일부 은행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며 "외국금융기관을 끌어들여 초대형 리딩뱅크를 연내에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만들어 재계가 금융구조조정을 리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김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재계는 김 회장이 전경련의 지휘봉을 잡게 됨에 따라 그동안 재원마련
문제로 난항을 겪어온 초대형 은행 설립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구조조정 <>실업문제 <>노사문제 등은 한시가 급하다지만 여전히
방향이 제대로 안잡힌 난제들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지나치게 위축돼있는 기업의 의욕을 북돋는 의무도 그의
몫이 됐다.

과제가 이처럼 많은데도 그가 처한 환경은 최악이다.

2세 총수로 대부분 바뀐 회장단을 이끌면서 복잡한 구조조정 관련 현안과
고금리, 수출금융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빅딜을 포함해 각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구조조정 문제를 거중 조정
해야 하는 과제는 그에게 또 다른 지도력을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여건을 헤쳐 가는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업인들이 의지만 갖고 해오던 일만 제대로 하면
외환위기 극복은 연내에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도 사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현정권과의 관계도 원만한 김 회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막힌 곳을 뚫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김 회장이 "권한"을 갖고 처음 주재하게 될 19일 전경련회장단 회의에서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