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어울리는 이념체계이며 이를 한국
경제개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혜인교수(서강대 사회학)는 최근 "사회와 역사" 53호에 기고한 논문
"유교와 한국자본주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IMF관리체제아래서 유교와 자본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유교정신은 속성상 서구 자본주의의 토대인 기독교와 비슷하며 자유
민주주의와도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유교와 기독교는 이슬람교 힌두교와 달리 율법에 크게 구애 받지않고
물건을 사고 팔 수가 있는 종교이면서 현세적인 인본주의에 뿌리를 둔
종교라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교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독자적으로 할일을 해나가면서 서로
협력하는 전통이 있으며 전후 일본과 대만은 유교전통이 경제발전에 토대가
된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체제는 유교자본주의적인 시각에서 볼때도 상당히 파행적인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유교자본주의의 덕목을 무시한 친일파의 자기비하적 속성이 경제를
왜곡시켰으며 그 연장선에서 서구를 맹종하는 사태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서구와 같은 내용의 경제체제를 갖추기 위해 당장 우리의
체제를 대수술하라는 IMF의 요구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했다.

IMF가 주문하고 있는 개혁은 우리에게 고유한 유교자본주의적 특징을
간과한채 시장주의 논리에의한 체제수립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

결국 그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자체적으로 논의해왔던 개혁은 추진해야하지만
IMF의 처방중 자체개혁논의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최대한 피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위해 안으로 국민화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개혁의 완급을 조절하는
한편 한국전통에 맞는 개혁을 하도록 IMF같은 외부행위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위정자들이 나라의 주권이 마치 "외국 투자가"에게 있고 우리 국민은
그 신임을 얻기 위해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현재의 모습이
더 지속된다면 우리는 곧 남미형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