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간) 숙소를 방문한
존 스미스 GM회장과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을 잇따라 면담.

스미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 외환위기는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김 대통령에게 "쓴 말"을 많이 했다는 후문.

특히 스미스 회장은 "일부 회사에선 부채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등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 TV에 한국 노조의 강경한
투쟁 모습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

이에 김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국민지지를 얻지 못해 총파업에 실패한
만큼 노조 문제는 정부가 잘 해결할 수 있다"며 "불법파업 등에 대해선
정부가 강력히 다스릴 것이며 국민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김 대통령은 이어 루빈 장관에게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립튼차관을 보내
지원해 준 데 감사한다"고 말하고 "한국의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올해안에
완결지을 것"이라고 설명.

이에 루빈 장관은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한국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

<>.김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후 상원 외교위 회의실에서
의회 지도급 인사들과 1시간 20분간 환담.

미 의원들은 김 대통령의 의회연설에 대해 "국가원수들의 연설을 많이
들어봤지만 이번처럼 감동적인 연설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전언.

미국 의회지도자들은 한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김 대통령의 지원요청에
"미국은 한국이 아시아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

한 상원의원은 "미의회가 한국경제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김 대통령은 "IMF가 어려운 나라를 도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IMF의 대한지원에 미의회가 반대하지 말 것을 요청.

김 대통령은 또 "미의회가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라 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나 미국기업들의 대한투자가 확대되도록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

김 대통령은 특히 "IMF는 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 발전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도 IMF의 조건이 없었다면 이처럼 강력한
개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IMF의 역할을 높이 평가.

이날 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은 우주비행사 출신으로 유명한 존 글렌 상원
의원이 "나도 6.25전쟁 당시 한국에 복무한 관계로 관심이 많다"며 통일의
시간표를 묻자 "현 상황의 북한을 놓고 통일 시간표를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북한이 개방할 경우 10년쯤 교류.협력한 후 연방을 통해 사실상
통일상태로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

이날 간담회를 전후해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이 "상원 외교위에 영구
보관하겠다"며 간담회 차례표에 김 대통령의 사인을 요청하는 등 미의원들이
저마다 김 대통령의 영어 연설문에 사인을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문학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조지타운대를
방문, 윌리엄 쿠퍼 총장대리 등 대학관계자들과 환담.

김 대통령이 학위복으로 갈아 입고 학위 수여식장인 캐스톤 홀에 입장하자
장내를 가득 메운 한국 유학생 등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로 환영.

갈루치 외교대학원장의 사회로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학위
수여식에서 대학측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뿐 아니라 아시아 또 전세계의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자유를 위한 김 대통령의 공헌을 인정하여 학위를
수여한다"고 배경을 설명.

이에 김 대통령은 영어로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낸 명문 조지타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피력.

<>.김 대통령은 10일 저녁 대사관저에서 이홍구 주미대사가 김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미국 각계 주요인사 2백50여명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 참석,
자신의 야당시절 도와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 왔는데 연설문을 보며
연설하면 여러분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연설문을 읽는 대신 즉석 말로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김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십번 미국에 왔었는데 그때는 야당인으로 와서
한국의 민주화나 반독재 얘기만 했었다"면서 "이번에는 대통령이 돼서
왔는데 내가 진짜 대통령이 됐는가 라는 의구심으로 나를 보고 있다"고 말해
폭소를 유도.

김 대통령은 또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커 부담을 안고 여기왔다"면서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나 많은 경제인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해 큰 용기를 얻었으며 행복하기까지 했다"고 설명.

이날 리셉션에는 봅 돌 전공화당 대통령후보를 비롯해 탐 하킨 상원의원,
에드 페이언 전하원의원, 스티븐 솔라즈 전하원의원, 리처드 알렌 전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틸럴리 주한유엔군사령관, 빌 테일러 CSIS(국제전략문제연
구소) 부소장, 부르스 커밍스 시카고대교수, 글라이스틴 전주한미대사,
스티브 린튼 뉴진벨 재단대표 등이 참석.

지난 대선에서 도움을 준 에드 베이커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빗 모리
변호사도 자리를 함께 하기도.

또 김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주동문 워싱턴타임즈 사장과 루디 루빈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 논설위원 등 언론인도 다수 참석.

지난 87년 대선때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서울특파원으로 김 대통령과
친했던 조 망구너 CNN외신부장은 애틀랜타 본사에서 비행기로 리셉션장에
참석하려다 날씨가 나빠 행사가 끝난 뒤에야 도착하는 바람에 김 대통령과의
조우가 무산되자 아쉬워하기도.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 분위기를 저해하는 사회 일각의 사치
낭비 풍조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강구할 뜻을 밝혀 주목.

김 대통령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불로 소득자들의 사치 낭비 등 일반 국민들이
참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 김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런 문제에 철저히 대처해 고통도 같이, 성과도 같이
나눠 가질 수 있고 그런 것을 기대하는 정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

< 워싱턴=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