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담배인삼공사만큼 외국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공기업도 드물다.

노동생산성이 높은데다 제조담배 잎담배 홍삼 등 제품마다 세계적인 품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제로에 가까워 국내기업들중 가장 좋은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민간기업들이 확대경영에 박차를 가할 때 일찌감치 구조
조정에 착수, 조직슬림화에 성공했다.

87년 4월 전매청에서 한국전매공사로 전환될 때 1만3천명에 달했던 인력은
현재 6천7백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작년에 7백명을 감축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8백50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대신 인건비를 줄이기위해 3백여명의 인턴 및 협력사원을 채용했다.

사장-본부장-국장으로 정착된 결재라인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
으로 공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IMF이후 고환율시대를 맞아서는 수입원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불필요한
해외투자사업을 축소, 1천3백억여원의 경비를 줄였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지역별로 탄탄하게 구축돼있는 유통망은 가히 철옹성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산 담배는 국내에서 전혀 기를 펴지못하고 있다.

지난 85년 담배시장이 완전개방됐으나 현재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4.3%에 불과하다.

일본(22%) 대만(30%) 프랑스(5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민들의 애국심이라기 보다는 공사가 쳐놓은 진입장벽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담배인삼공사의 작년매출실적은 수출분 6천5백10만달러를 포함해 모두
4조2천4백34억원.

8백92억원의 법인세를 내고 2천2백58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남겼다.

총자본 순이익률(ROI)이 7.0%로 국내 최고수준이다.

독점이라고는 하지만 꾸준한 경영혁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이때문에 공사를 성급하게 분할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재정경제부 김병일 재정융자과장은 "단순히 외자유치라는 이유만으로
알짜공기업을 외국기업에 넘겨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공사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해외에 상장만 하면 높은 대외신인도로 인해 분할매각 못지않은 외자유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담배인삼공사는 민영화일정에 관계없이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EVA(경제적 부가가치)개념을 경영에 도입, 21세기 초우량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이다.

작년말 내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른 김재홍 사장은 "과감한
권한이양과 아웃소싱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수출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홍삼의 최대시장인 중국에 확고한 거점을 확보한 뒤 동구 등 신규시장
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는 쪽으로 짜여졌다.

< 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