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서비스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다.

소비자단체나 일반 시민들이 공기업민영화에 대해 찜찜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기업 개혁의 원조라는 영국의 실제 경험은 정반대다.

영국은 86년 국영영국가스를 민영화하면서 가격상한제도를 실시했다.

대신 가스가격을 물가상승률만큼 자동적으로 인상되도록 했다.

이어 수송부문시장을 개방, 민간업체들이 요금을 놓고 경쟁하도록 유도했다.

이 결과 수송료율이 90년까지 업체별로 20~40% 하락하는 효과를 거뒀다.

민간업체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면서도 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을 이끌어 낸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이들 기업을 민영화한다면 가격규제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할 전망이다.

자기가 생산한 상품에 대해 정부가 가격을 결정한다면 이들 공기업을 사려는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 협의조정기구를 두는 방안은
검토될 수 있다.

영국처럼 공공요금조정위원회를 두겠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방침은 이래서다

공기업 경영혁신과 관련돼 관심을 끄는 부분이 전기나 가스 등 공공요금
문제다.

이들 공공서비스요금은 그동안 국가가 통제를 해왔다.

공기업들에 독점을 허용한 만큼 공공성 측면에서 가격을 규제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자연독점적 공기업들은 경영혁신을 추구하면서 공공요금
현실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나 가스같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스관도
묻어야하고 전봇대도 세워야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사회간접자본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갔다고 곧바로 사용자에게 모든 비용을
부담시키기는 어렵다.

더욱이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을 규제하는 형편이다.

공기업들은 이런 면에서 적정한 수준의 투자보수율(투자수익률)을 정부가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투자된 자본에 대해 적절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선으로 요금규제를
현실화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이들 공기업의 투자보수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전의 경우 투자보수율이 3.4%였다.

정기예금금리수준도 되지 못한다.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의 전기요금과 비교해봐도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전의 부채가 29조원에 이르는 것도 이런 면에서다.

가스공사의 경우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스요금도 적정비용보다 1.6원이 낮다고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요금인상을 물가연동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격규제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