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의 핵이 EDB라면 그 EDB의 한 가운데는 필립 요 회장이 있다.

지난 86년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12년째 EDB를 이끌고 있는 필립 요의
신분은 공무원.

그러나 직함은 회장(CEO)이다.

반관반민인 셈바왕 그룹의 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최근 단행된 셈바왕과
싱가포르테크놀로지간의 합병도 그의 작품이다.

판단이 빠르고 속사포 같이 말하며 조직원들을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필립
요는 지난 12년간 자신의 성격대로 EDB를 이끌어 왔다.

싱가포르의 21세기를 겨냥해 필립 요 회장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더
빨리 더 넓게"로 요약된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요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혁신능력과 창조성.

그간 싱가포르에 투자해 왔던 다국적기업들을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하고,
임금과 임대료 등 높아지기만 하는 비용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선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게 필립 요 회장의 지론이다.

"더 넓게"로 표현되는 "지역화 2000 프로그램"은 필립 요의 "비전
싱가포르"에서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 제2, 제3의 싱가포르를 건설해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사업이다.

중국 쑤조우 등에 대규모 공단을 건설하는 사업, 인도네시아의 바탐과
빈탄섬 개발프로젝트, 인도 뱅골의 과학단지 등이 EDB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필립 요는 이같은 개발사업을 "정부의 상업화"라고 표현한다.

국가서비스에 관한한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핵심
역량을 활용하면 그 자체가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DB 대변인 메리사 웡은 스스로의 조직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우리의 강점은 "활력(dynamism)"과 "할 수 있다(can do)는 정신"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지금, 한국의 공무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이 두가지가 아닐까.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