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급락이 계속될 경우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재앙이 초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지 등은 엔약세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종말 시계(Doomsday
Watch)를 돌리고 있다며 잇단 경고기사들을 게재하고 있다.

엔 약세가 아시아 위기를 재연시키고 여기에 러시아 경제불안과 미국및
유럽의 버블 붕괴가 맞물린다면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상대는 역시 아시아다.

엔약세는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국들에게 제2충격파
를 던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 일본이 장기적으로 달러당 1백80엔까지 용인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봤다(파이낸셜타임즈 5일자)"는 국제금융가의 풍문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위기의 재연은 거의 필연적이다.

사실 아시아를 강타한 통화위기는 지난 95년3월 달러당 80엔까지 치솟았던
엔화가치가 97년 하반기 달러당 1백10엔까지 급락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이었다.

이것이 다시 1백50엔 이하로 폭락한다면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의 국제
가격경쟁력과 통화가치는 다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4월 이후 아시아국들의 무역흑자가 대폭 축소되고 있는 점은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인 자금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점도 치명적이다.

일본의 장기금리는 현재 연 1.4%로 사상최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장기금리는 연 5.8% 수준으로 양국 금리차만도 4.4%포인트가
넘는다.

여기에 지난 95년이후 연 12%에 이르는 엔화의 평균절하율까지 감안하면
미일간 투자수익율차는 16%포인트에 달한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지역 전체로부터 대대적인 제2차 "달러도피"가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도 여기선 영향권 밖이 아니다.

위안화와 홍콩달러는 미달러에 연동(peg system)되어 왔다.

그러나 앤화가 달러당 1백50엔을 넘어서면 더이상은 견딜수 없을 것이라고
메릴린치저팬의 환율 분석가인 론 베버쿠어씨는 강조한다.

위안화는 현재 달러당 8.2798위안에서 고정돼 있지만 연말까지 10%이상의
절하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엔약세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은 달러강세가 국내에서의 금리인상 압력을 낮추는 등 디플레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엔약세를 용인하고 있지만 이는 내수경기가 지탱되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정책이다(HSBC 이코노미스트 피터 모간).

하지만 미국경제도 최근들어 기업순이익이 줄어드는 등 서서히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내수시장의 한계가 분명해지는 시기가 오면 미국과 일본간에 애써
외면해 왔던 무역갈등이 촉발되고 미국주가는 일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관론자들은 여기에 유러 출범에 따른 유럽경제의 불활실성과 러시아
경제의 혼란이 겹치는 장면을 걱정하고 있다.

세계경제 전체가 "딥 임팩트(deep impact)"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다.

9일 열리는 G7회담에서 어느정도의 방어책이 나올지 모르지만 엔추락을
방치한다면 여러가지 "가정"들은 "실제상황"으로 현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